이석우 두나무 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이석우 두나무 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억원에 불과한 푼돈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미국 증시 입성을 통해 글로벌 굴지의 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10조 기업' 탄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두나무의 미국 증시 입성이 임박하면서 당장 두나무의 투자사 '카카오'의 기업가치 배가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 전망이다.


10조원까지 불어난 두나무 몸값...1Q 영업익만 4000억?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최근 미국 뉴욕증시 입성을 위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유수의 투자사와 이를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시 입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두나무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당장 상장이 가시화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선 4월 중 이뤄질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이 두나무 미국 진출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2월 미국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장서류를 접수한 코인베이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다. 현재 장외 시총은 약 70조원으로, 나스닥 입성 시 최대 10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입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거래량과 실적 면에서 코인베이스의 상회하는 두나무 또한 최소 1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 증명을 꿈꾸는 모습이다. 실제 두나무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4000억원 규모로 올 2분기와 하반기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올초만해도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조~1.5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지난 2월초 한화투자증권이 퀄컴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할 당시 6.15% 지분에 약 583억3000만원이 책정되면서 1조원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같은달 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DSC인베스트먼트 측에 지분을 넘겼던 딜에선 0.3% 지분에 44억6000만원이 책정되면서 1조5000억원 밸류까지 높였다.

그러나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덕에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불과 석달새 수배 급등하는 모습이다. 올해 투자업계에서 책정한 두나무의 추정순익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억원 수준.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수준(40배)의 절반인 20배만 적용해도 두나무의 밸류는 9조7000억원 규모가 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금법 도입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업자가 정해진데다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뒤를 받치고 있는 두나무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라며 "이미 두나무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한 만큼, 코인베이스의 시총 여부에 따라 카카오뱅크를 위협할 새로운 금융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 / 사진 = 카카오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 / 사진 = 카카오

 


30대 임지훈이 뿌린 씨앗...'올드보이' 이석우가 키웠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전,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임지훈 전 대표는 약 2억원을 투입, 두나무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임 전 대표는 "2013년 당시에 얼마나 잘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냥 송치형 의장을 보고 뭐라도 함께 하고 싶었기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당시 두나무가 만들던 뉴스서비스의 성공여부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송 의장을 믿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두나무의 창업자인 '송치형'이라는 사람만 보고 투자를 감행했다는 얘기다. 현재 두나무의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송 의장은 당시 직원 10명 안팎을 둔 스타트업 두나무의 대표였고, 두나무는 당시만 해도 금융이 아닌 뉴스큐레이션 서비스업체였기 때문에 지금의 성장세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임 전 대표의 간택을 받고 두나무는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특히 임 전 대표가 케이큐브벤처스를 떠나 카카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카카오증권을 출범시키는 등 빠르게 카카오 그룹과 시너지를 냈다. 그리고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가 두나무 지휘봉을 잡게 되며 카카오 패밀리 효과는 더욱 굳건해졌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시장에 빈번했던 불투명 요소를 없애고 '투명성'에 주력했다. 시장에 만연했던 자전거래와 마켓메이킹 등 시세조작도 단숨에 일소했다. 적어도 업비트를 사용하면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  

카카오 또한 수년간 추가 지분매입을 통해 두나무를 외부에서 지원했다. 카카오가 국민메신저로 자리하며 두나무 또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현재 카카오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약 20%대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이 지분가치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에만 4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돼 카카오에 반영될 지분법 이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 2017년 4분기 두나무로부터 반영된 카카오의 지분법이익은 약 290억원 규모"라며 "가상자산 열풍이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올해 지분법이익만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이후, 두나무 지분가치 재평가가 기대되며, 카카오는 업비트 성장의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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