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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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닝아웃'이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 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제로웨이스트', '비건' 등 가치소비가 유행하고 있다. 미닝아웃은 상품 구입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비건 문화 실천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소비하는 것 등이다.

이에 유통업계도 친환경, 비건 등 다양한 의미를 내세우며 가치소비 촉진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친환경 포장재와 비건 식품을 개발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로 웨이스트'에 소매 걷은 MZ세대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 2월 발간한 'MZ 세대 식생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식품이 친환경 및 윤리적으로 생산·유통되는지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만 15~40세 남녀 9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경을 위해 음식∙식사 관련 습관을 바꾼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5.6%에 달했다. 친환경 포장 용기를 사용하는 브랜드 선호도 역시 평균 3.91점(5점 척도)으로 높게 나타났다.

친환경 가치 실천은 제로 웨이스트 트렌드로 이어졌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MZ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일명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개인 용기에 음식 포장하기 ▲남은 재료를 활용해 요리하기 ▲옷 수선 ▲손수건 이용 ▲텀블러, 장바구니 사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 등이 있다.

기업들 역시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밀폐용기 제조기업 락앤락은 '굿바이 일회용 컵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상 곳곳에서 일회용 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인증 사진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챌린지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최장 36개월간 보관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 용기 기술을 개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생수 '아이시스'를 출시, 한 해 동안 1010만병 판매 기록을 세우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농심의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진=농심 제공
농심의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진=농심 제공

 


채식부터 모피 반대까지...'동물권' 중시하는 MZ

MZ세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동물권'이다. 동물권은 동물 역시 사람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다. 채식부터 모피 거부 운동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다. 

대표적 트렌드는 '비건'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배제하는 채식주의를 뜻하는 말로,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 채식비건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채식인구는 10년새 10배 가까이 증가해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유니브다코스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식품 시장은 2020년 28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42조원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식품업계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비건 식품 시장 공략을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세우고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식품 기업 풀무원은 최근 '식물성 지향 식품 사업전략'을 수립했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했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인증 등록을 진행하는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비건 트렌드는 패션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물 가죽을 활용, 의류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는 소비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이에 유명 패션 브랜드들은 동물 가죽 대체할 '비건 레더'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명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식물성 가죽인 버섯 가죽으로 만든 제품을 출시했다. 스파 브랜드 H&M은 바이오 기반 원사와 선인장으로 제작한 상품을 선보였다. 청바지, 크롭 셔츠, 트랙수트, 샌들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에르메스가 출시한 '버섯가방' / 사진 = 에르메스
에르메스가 출시한 '버섯가방' / 사진 = 에르메스

 


전문가들 "미닝아웃, 지속 가능한 트렌드 될 것"

전문가들은 친환경, 동물권 보호 등으로 대표되는 MZ세대의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할 수 있는 흐름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는 미래 경제 중심이 될 잠재적 소비 주체이기 때문이며, 최근 기업의 ESG 경영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흐름 역시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닝아웃은 자신의 가치관을 돈으로 투표하는 '달러 보트(dollar vote)' 행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ESG 경영 트렌드도 본격화되고 있어, 서로 선순환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업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며 좋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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