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인디 뮤지션으로 살아남기#
2화. 무대를 지키는 IT의 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무대가 사라지고, 인디 뮤지션들이 힘들어하고 있던 지난 1월,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코드의 대표 윤종수 변호사와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 이성수가 만났다. 그들은 코로나 시대에 사라져가는 음악의 다양성을 지켜야한다는데 공감했다. 그렇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 캠페인이 시작됐다.

윤종수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공연장을 지원하고, 인디 뮤지션과 인디 밴드에게 무대를 제공해 그들의 음악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성수도 "라이브 공연장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뮤지션이나 관객들은 어디로 돌아가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피날레 / 사진=사단법인 코드 제공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피날레 / 사진=사단법인 코드 제공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여기에 정보기술(IT)이 뒷받침하되면서 캠페인은 본격화 됐다. 비대면 공연 플랫폼 프레젠티드 라이브(Presented LIVE)가 온라인 티켓팅과 호스팅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온라인 라이브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을 확보하게된 것이다.

이후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는 인디 음악 팬들과 기업들이 관심과 지원을 보냈다. 인디 뮤지션들도 힘을 모았다. 그렇게 이번 캠페인은 공연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과 공연 규모, 다양성을 지킨다는 기획의도 등이 이슈가 됐다.

지난달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이번 캠페인은 일주일 동안 크라잉넛, 노브레인, 잔나비, 카더가든, 트랜스픽션 등 67개팀이 ▲롤링홀 ▲웨스트브릿지 ▲프리즘홀 ▲라디오가가 ▲드림홀 등 5개의 라이브 공연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진행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프레젠티드 라이브는 5개 공연장, 67개 라이브 공연을 온라인 플랫폼에 안정적으로 담아냈다.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공연 라인업 / 사진=#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홈페이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공연 라인업 / 사진=#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홈페이지

공연은 그야말로 '대흥행'이었다. 총 2694명이 온라인 공연 티켓을 구매해 5716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목표금액이었던 5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온라인 공연으로도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캠페인 기간 사이트 방문자 수는 14만1000명,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2000명에 달했다. 단일 공연 최고 시청자 수는 잔나비 공연의 1600명이다. 총 누적시청시간은 115일 6시간에 달했다.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 이후 대면 라이브 공연을 금지하던 마포구가 방역수칙 준수 아래 대면 공연을 허가하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공연이 불가능했던 '성지' 홍대가 다시 꿈틀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백명현 프레젠티드 라이브 대표는 "짧은 기간에 응집된 힘을 보여줬다"며 "티켓판매 목표 달성과 라이브 공연장 공연을 금지하던 마포구의 협조를 이끌어내 방역수칙 준수 아래 대면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는 캠페인"이라고 평했다.


블록체인 기술부터 중고거래 플랫폼까지...IT가 도왔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IT업계의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 기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루니버스는 블록체인 데이터 검증 서비스인 트레이스를 제공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캠페인 자금관리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 내 후원금이 쓸데없는 곳이 아닌, 꼭 필요한 곳에 활용됐다는 것을 후원자는 물론 누구나 블록체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윤종수 변호사는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 특징을 이용해 판매 수입과 분매 등 모든 것을 블록체인에 올려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티켓 판매금과 후원으로 얻은 수익은 공연장 대관료와 스태프·아티스트 인건비,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됐다.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프로젝트 수입 및 지출 / 사진=#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홈페이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프로젝트 수입 및 지출 / 사진=#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홈페이지

이밖에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이번 공연 출연진의 애장품을 판매할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엠넷, 멜론, 벅스뮤직도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홍보를 도왔다. 

윤종수 변호사는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는 여러 종류의 후원에 많이 의존했다"며 "대관료 지원 같은 정부의 보조 없이는 온라인 공연 활성화가 어려운 만큼 실질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수는 "비대면 온라인 공연은 정상적인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할 경우, 공연 문화를 유지해 가는 대안 중 하나"라며 "온라인 공연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온라인이라는 특징을 더 살리고, 오프라인 공연과는 차별화된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