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자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이제는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즐기는 자는 간절한 자를 이기지 못하기도 하는 듯 보입니다. 

신한은행 헤이영 카트라이더 리그 2021 시즌1 팀전 조별 풀리그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은 간절함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지난해 이기지 못했던 락스 게이밍을 2대0으로 완파한 것이죠.


우승한 직후? 아닙니다

락스 게이밍을 이긴 뒤 기뻐하는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사진=중계화면 캡쳐
락스 게이밍을 이긴 뒤 기뻐하는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사진=중계화면 캡쳐

샌드박스 게이밍이 우승한 사진이냐고요? 아닙니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샌드박스 선수들의 리액션을 보고 잠시 착각이 들긴 했습니다. 마치 결승전에서 우승한것처럼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누구라도 그런 오해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장면은, 7일 샌드박스가 락스를 이기고 난 뒤의 모습입니다. 정말 얼마나 이기고 싶었는지가 화면을 뚫고 느껴집니다. 단순히 조별 예선전 1승이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간절했는지가 보여지기에 더욱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하죠. 

박인수는 경기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말 간절히 이기고 싶었던 팀이기에, 승리 후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간절함이 큰 팀이 게임을 아는 팀도, 좋아하는 팀도, 즐기는 팀도 다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2020년 샌드박스에게는 악몽같았던 락스

두 팀의 악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9년 샌드박스는 두 시즌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실상부 최고의 팀임을 증명했기에, 2020년 역시 샌드박스를 이길 수 있는 팀은 문호준이 이끄는 한화생명e스포츠 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샌드박스는 락스에게 번번이 발목이 잡혔습니다. 결승으로 가는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했고, 정규시즌 순위를 결정짓는 상황에서 패하기도 하는 등 샌드박스에게는 악몽을 선사한 팀이 락스입니다.

락스에게 계속 패했던 샌드박스는 결국 2020년 한번도 결승에 가보지 못했죠. 샌드박스는 '타도 락스'를 외치며 비시즌에 칼을 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락스에게 이기고 난 뒤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욱 완벽한 승리였기에, 더욱 기쁜 샌드박스

이번 락스전에서 더욱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모든 라운드에서 모든 선수가 고르게 활약을 펼쳐 따는 승리이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누구 한 명의 캐리가 아닌 모든 선수의 간절함이 한데 모여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죠.

샌드박스 게이밍 카트라이더팀 단체/사진=넥슨 제공
샌드박스 게이밍 카트라이더팀 단체/사진=넥슨 제공

7일 락스전 만큼은 모두가 에이스인 박인수였고, 모두가 스위퍼인 박현수였으며, 모두가 아이템전 에이스인 김승태였고, 모두가 흰소를 타는 정승하였습니다. 그렇게 네 선수는 한몸으로 움직였습니다.

이번 시즌 샌드박스의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다른 팀들에 비해 크기가 큰 듯 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경기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왕이면, 다음 매치에서는 박인수와 이재혁의 에이스 결정전을 보고 싶네요. 지켜야 하는 이재혁과 칼을 간 박인수의 맞대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렘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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