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진=디미닛 제공
넷플릭스 /사진=디미닛 제공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실적이 지난 12일 공개됐습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실적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이날 공개한 것입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넷플릭스가 '특수'를 누렸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고, 토종 동영상 서비스들이 넷플릭스와 경쟁을 버거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왔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한국법인 실적발표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내용은 이미 여러차례 보도됐습니다. 테크M도 관련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엔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조금 더 꼼꼼히 뜯어볼까 합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 몇가지를 독자분들과 공유해보겠습니다.


첫번째 궁금증. 왜 이렇게 영업이익이 낮아?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4155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이 2.1%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영업이익이 낮은 것일까요? 제조업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사진= 넷플릭스 제공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니 매출원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았습니다. 매출원가가 무려 3370억원에 달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서비스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비용이 필요할까요. 해답은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역할에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법인 관계자는 "넷플릭스 한국법인(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은 네덜란드 법인(Netflix International BV)에 비용을 지급하고 넷플릭스 서비스 접속 권한을 취득한 뒤 국내 가입자에게 해당 접속 권한을 재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국내 가입자가 넷플릭스 한국법인에 내는 돈이 일단 전부 매출로는 잡히지만, 그 일부를 네덜란드 법인에 줘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부분이 수수료로 비용처리됩니다. 대충 계산해보면 80% 정도를 네덜란드 법인에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넷플릭스 법인끼리 굳이 이렇게 계약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게 했겠죠? 라고 답을 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지난해 법인세는 21억8000만원 수준이네요. 


두번째 궁금증. 직원은 92명인데 인건비가 208억원?

감사보고서에 포함된 기업개황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임직원 수는 92명입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한국법인조차 없었는데, 직원 수가 꽤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수치가 있습니다. 바로 종업원 급여 부분입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종업원급여로 208억원을 지출했습니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직원 1명당 급여로 2억2600여만원을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넷플릭스/ 그래픽 = 픽사베이
넷플릭스/ 그래픽 = 픽사베이

종업원급여 구성내역은 급여와 사회보험, 퇴직급여, 주식기준보상과 기타입니다. 급여만 보면 156억원입니다. 급여만 계산해도 1명당 1억7000만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 가운데 주요 경영진 보상 항목은 따로 나옵니다. 주요 경영진 보상 합계는 약 69억원, 이 가운데 퇴직급여와 주식기준보상을 제외하면 약 54억원입니다. 주요 경영진은 몇명일까요?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주요 경영진 수를 묻는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급여에 대해서는 "월급만 계산된 것이 아니라 주거 지원 등 다양한 지원금액이 포함됐다"며 "한국법인이 생기면서 싱가포르 법인에서 많은 분들이 이동했고 이 분들에 대한 초기 정착을 위한 주거지원 등이 급여 항목에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궁금증. 5500억원 투자는 어디로?

넷플릭스는 지난 2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올해만 55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약 7700억원을 국내 콘텐츠에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 사진 = 넷플릭스

그런데 이 투자액은 넷플릭스 한국법인 감사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투자액이 집행됐다면 감사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투자를 한 것일까요?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는 넷플릭스 한국법인이나 네덜란드 법인이 아닌, 넷플릭스 본사에서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에도 계속 넷플릭스 본사가 투자해왔고, 올해하는 투자 역시 넷플릭스 본사가 직접 투자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만약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한국 영화관이 넷플릭스가 제작한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싶다면, 그 비용을 넷플릭스 한국법인이 아닌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본사가 투자해서 제작된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스트리밍됩니다. 이는 곧 더 많은 월정액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셈입니다. 지난해 4155억원을 번 넷플릭스 한국법인입니다. 넷플릭스 본사는 지난해 한국법인이 번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우리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올해 투자한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일각에서는 2배 성장 얘기도 나옵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