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 님 /캐리커쳐=디미닛
안희철 님 /캐리커쳐=디미닛

쿠팡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의 역량이 결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비교해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많은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에 자회사나 지사 등을 설립해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본사로 만드는 방법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기업과 M&A를 하거나,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데에 훨씬 유리하다.

이렇게 해외, 주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본사로 만드는 것을 해외법인 전환, 즉 플립(flip)이라고 한다.


플립을 추진하는 이유

한국 스타트업이 플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쿠팡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듯이 큰 해외 시장을 직접 노리려는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유명 해외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플립을 요구 받거나 플립을 하는 경우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외국환거래법 등에 따라서 해외 투자자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추후 투자금을 회수할 때 외국환거래 신고나 보고를 해야 하는 등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매우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명 해외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이 한국 소재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플립을 시도하기도 한다.

물론, 이유가 어찌됐든 스타트업이 플립을 통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경우 더 큰 해외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 있게 된다.


플립의 방법 3가지

그렇다면 플립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플립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는데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국내 법인 기존 주주들이 가진 국내 법인 주식을 해외 법인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경우 국내 법인 주주들이 해외 법인 및 국내 법인의 경영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국내 법인 기존 주주들이 국내 법인 자산을 직접 해외 법인에 출자해 해외 법인만 남기고 국내 법인은 청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의 경우 국내 법인 청산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향후 국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셋째, 해외 법인이 국내 법인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고, 국내 법인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의 경우 기존 국내 법인 주주들이 해외 법인의 경영에도, 국내 법인의 경영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플립의 어려움–세금 부담과 해외에서 살아 남는 가능성 간의 비대칭 문제

그런데 플립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 스타트업이 플립을 고려하는 시점에서는 이미 스타트업의 가치가 상당히 높게 평가된 이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에 설립되는 해외 법인의 주식과 한국 스타트업의 주식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설립할 때 주식의 가치(보통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주식을 교환하게 되는데, 이 경우 창업자들에게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 이상의 양도 소득세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한국 스타트업의 가치가 낮은 스타트업 초기 시점에 플립을 진행하는 것이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조차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스타트업이 해외에 플립을 통해서 진출한다는 점에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반대로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즉 플립 시점에 따라서 세금 부담과 해외에서 살아 남는 가능성 간에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플립 시점을 적절하게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이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 플립을 한 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기 까지는 어려운 점이 많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타트업들의 역량이 결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비교해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진출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유망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플립을 통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글=안희철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안희철님은?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이자 스타트업 프랙티스 그룹(Practice Group) 팀장으로서 다수의 스타트업 및 밴쳐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등을 자문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에 '스타트업법률가이드 2.0'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창업진흥원, 청년창업꿈터 등을 비롯해 다양한 스타트업 유관기관의 자문 및 강의 등을 진행하고, 스타트업 법률자문단 단장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또 서울사이버대 창업비즈니스학과에 출강해 창업기업법률 강의를 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