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 문호준 감독/사진=이소라 기자
한화생명e스포츠 문호준 감독/사진=이소라 기자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 문호준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전문가들은 걱정어린 시선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문호준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가 없는데다 한화생명이 우승할 때 문호준이 '하드캐리'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남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문호준의 빈자리에 들어온 유창현이 마치 오랫동안 한화생명 선수였던 것처럼 녹아들었고 배성빈은 에이스 결정전 3연승을 거두며 '에결의 신'으로 우뚝 솟았죠. 최영훈은 개인전 결승전에 직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이제 문호준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한화생명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1일 카트라이더 리그 결승진출전에서 샌드박스를 만난 한화생명 문호준 감독은 용병술의 끝을 보여줬습니다. 한화생명이 여전히 강한 포스를 뿜어내고 있지만 이제 겨우 한 경기 남은 상황에서 에이스 결정전에 누가 출전할지 마지막까지 고민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문호준 감독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유창현을 출전시켰습니다. 배성빈이 에이스 결정전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만약 이번 경기에서 패할 경우 한화생명이 결승전에 진출했을때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 시킬 선수가 없어지게 됩니다. 오늘 지더라도 탈락은 아니기에 문호준 감독은 새로운 에이스 결정전 카드를 키워내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였죠.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문호준 감독은 유창현을 내보냈고, 유창현은 박인수를 꺾고 팀을 결승전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제 한화생명은 누가 결승전에 올라오더라도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시킬 두개의 카드를 보유한, 정말 무서운 팀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문호준 감독은 왜 유창현을 출전 시킨 것일까요?

"에이스 결정전에서 흰소X를 타지 못하게 되면서 한화생명에서는 출전할 선수가 늘어나게 됐어요. 예전에는 흰소X를 주로 타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국룰'이었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당일 컨디션을 봤는데 배성빈 보다는 유창현이 더 좋아보였어요. 왠지 내보내면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 생각대로 경기가 흘러가 정말 뿌듯합니다. 선수들도 서로를 믿어줬기에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로서도 최고의 위치에 섰던 문호준은 이제 감독으로서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유창현을 내보내는 과감한 선택을 하면서도 선수 당일의 컨디션까지 모두 파악한 것이죠. 실제로 유창현은 개인전에서 1위로 결승에 진출했고 배성빈은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문호준 감독이 말한 유창현의 컨디션 '맑음'이 증명된 셈입니다.

"락스 게이밍과 샌드박스 중 누가 올라오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팀이 올라와도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오늘보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드릴 테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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