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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저탄수화물 고지방의 줄임말인 '저탄고지' 식단은 효과적인 다이어트 식단으로 큰 각광을 받아왔다. 이러한 인기는 탄수화물의 유혹을 떨쳐야 되긴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기름진 음식과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어 "술도 적당히 마시면 약"이라는 말과 같이 자신의 나쁜 습관에 대한 좋은 뉴스(Good News for Your Bad Habit)의 심리적 안도감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이번 칼럼은 불행히도 우리의 나쁜 습관에 대한 나쁜 뉴스로, 앞으로 있을 심리적 불쾌감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이 극단적 식단이 우리 몸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과도한 육류섭취로 인한 높은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저탄고지를 포함해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현대의 식단을 보자면 탄소배출이 높고 지구환경의 질을 낮추는 '고탄저지' 식단일 뿐이다.


나에겐 저탄고지 지구에겐 고탄저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에서 기인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며, 이 중 대부분이 육류 및 유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된다. 지구의 허파이자 거대한 탄소흡수원인 열대우림은 가축의 방목과 가축사료 생산을 위해 60초마다 축구장 약 5개의 크기인 3만8000㎡의 산림면적이 파괴되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환경뉴스에서 크게 이슈가 된 강원도 홍전군의 30만㎡의 벌채가 약 10분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가축의 방목을 위해 얼음이 없는 지구 토지의 26퍼센트가 사용되며, 전 세계 농경지의 70%는 사람의 식량이 아닌 가축사료 생산으로 사용된다.

2020년 'Global Environmental Change' 저널에 등재된 존스홉킨스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 1인분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약 6.2kg/CO2eq으로 일반 채소에 비해 약 60배에 달한다. 표준탄소흡수량에 따르면 6.2 kg의 탄소배출량은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6.6 kg)과 대등하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인 육류소비, 특히 소고기 소비의 증가는 지구에게는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붉은 고기만 식단에서 제외해도 기존대비 약 절반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완전채식인 비건(Vegan) 식단의 경우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상 앞 기후행동이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선언, 그린뉴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석탄발전소 중지 등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국가적 노력과 거대 담론들은 저 멀리서 외치는 선언 정도로 우리 대부분은 생각할 것이다. 환경운동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거대담론안에서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산업, 제도, 금융, 정치 전반을 비판하고 있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는 이번 코로나19 펜데믹과 같은 큰 충격이 아닌 이상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1.5도씨를 지켜내야만 하는 시급한 문제에서 국가와 기업에게 '기후악당'이라고 외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나부터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기후행동을 찾아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과 같이 기후변화에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선언과 거대담론이 아닌 바로 우리 밥상에 놓여있다. 음식의 섭취는 우리에게 가장 밀접한 부분이며 매일 3번 이루어지는 습관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다. 음식의 생산과정이 총 탄소배출의 37%를 차지하고 있고 그 대부분이 육류 생산에 기인하며 식습관의 변화로 기후변화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국가와 기업만을 비판하는 것으로 멈춰야 할까?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시민의 환경의식이 높은 유럽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래세대의 기후변화 운동으로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고기를 먹는건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산업을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건강, 동물, 환경을 위한 비건(완전채식)식을 추천하고 있다.


정의로운 식탁의 확산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치의사, 한의사들의 모임인 '베지닥터'의 이의철 교수에 따르면 어떤 조건에서도 환경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독일의 청소년은 71%(2019년 설문조사)에 달했으며, 이런 환경의식은 최근 5~10배 급격히 증가한 유럽의 채식인구로 나타났다고 한다.

2003년 육류 섭취를 줄이자는 영양가이드라인에 따라 미국에서 시작된 '고기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은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유럽 의회에서 고기를 줄이면 지구의 열도 내린다는 'Less Meat, Less Heat'라는 슬로건을 발표하며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기후행동으로서의 고기없는 월요일 캠페인으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2011년 국내에서도 광주교육청이 미래세대들의 건강과 기후 의식 재고, 그리고 채식선택권 보장을 위해 전국 최초로 학교 급식에 주 1회 '채식의 날'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울산, 전북, 인천 등지 급식에서도 주1회 채식 식단이 확산되고 있다. 또 기후, 동물복지, 건강의 주제로 다양한 채식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비욘드넥스트
/사진=비욘드넥스트

채식식당 정보제공 및 채식SNS 모바일 플랫폼 '채식한끼'를 운영하는 소셜벤처 비욘드넥스트는 2018년 기준 약 150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채식인들에게 다양한 채식정보를 제공하며 채식인구 유입과 채식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맘쓰랩은 UN SDG(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결해 ' Meat Free Monday' 비건식 등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명한 해양 과학자 실비아 얼(Dr. Sylvia Earle) 박사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모든 사람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No one can do everything, but everyone can do something)"라고 답했다. 어느 누구도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고기 없는 월요일'과 같은 육류 소비를 줄여나가는 효과적이고 쉬운 기후행동이 존재한다. 단지 나의 선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글=윤성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 윤성 엔벨롭스 대표이사

윤성 엔벨롭스 대표

 

윤성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개발 전문가로 기후변화 취약지역인 개도국 낙후지역에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소셜벤처 엔벨롭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녹색기후기금(GCF)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피지 오발라우섬 4MWp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엔벨롭스가 KOICA와 함께 추진한 개발 협력 사업의 성과와 환경·사회적 임팩트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현재 신남방 국가, 남태평양 등 개도국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이모빌리티 등 다양한 민관협력 글로벌 그린 뉴딜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 및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저감 및 적응이라는 낙후지역의 시급한 문제를 작게나마 해결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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