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내가 만든 오디오북 키트' 재생 화면. /사진=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내가 만든 오디오북 키트' 재생 화면. /사진=밀리의 서재

'당신이 아무리 큰 부자일지라도, 그래서 금은보화가 넘쳐날지라도 결코 나보다 부자가 될 수는 없어요. 내겐 책 읽어주는 어머니가 있으니까요.' (스트릭랜드 길리언 '책 읽어주는 어머니')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잠들기 전 늘 책을 읽어주셨다. 가장 좋아하는 책을 들고가 읽어달라고 조르면, 어머니는 침대 옆에 앉아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소곤소곤 책을 읽어주셨다. 그렇게 한참 책을 읽어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고이 잠들어 있다. 훌쩍 자란 지금도 책 읽어주는 어머니가 종종 그립다. 

그때 그 시절 어머니의 목소리로 쉽게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선보인 '내가 만든 오디오북(내만오)'을 이용하면 된다. 19일 기자는 '내만오' 제작 키트를 활용해 직접 오디오북을 만들어봤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으로 돈 번다"

내만오는 사용자 참여형 오디오북 서비스로, 지난 1월 출시됐다. 내만오 제작 키트를 통해 본인이 목소리 혹은 인공지능(AI) 목소리로 누구나 쉽게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밀리에 따르면 현재 회원들이 직접 제작한 오디오북만 500권이 넘는다. 

내만오 제작 키트는 밀리에서 서비스 중인 도서로 '오디오북'과 '3분 리뷰'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디오북은 말 그대로 이용자가 직접 녹음하는 책이고, 3분 리뷰는 영상 독서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오디오북 키트를 이용하려면 먼저 밀리의 유료 구독 회원이 돼야 한다. 현재는 PC버전으로 출시됐으며, 밀리에서 지원하는 전용 키트로만 이용 가능하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통해 수익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밀리의 서재 회원들이 다운로드 받은 뒤 3분 초과(3분 1초부터 발생)해 재생한 경우 수익금 100원이 적립되는 구조다. 누적 구독 수익 5만원 이상 발생 시, 출금 신청을 통해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된다. 


마치 성우가 된 것 같은 느낌...'낭독 스타' 탄생할까

우선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만오 키트'를 설치해야 한다. 이후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나, 좋아하는 책을 검색하거나 밀리가 추천해주는 인기 도서를 선택하면 오디오북 제작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기자는 최명숙 작가의 '어쩌다, 제주'라는 책을 읽기로 했다. 

책의 원하는 문장을 드래그하고, '이 문장 추가' 버튼을 클릭하니 스크립트에 문장이 저장됐다. 내만오는 한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평소 책을 읽고 하이라이트로 저장해둔 부분이나 내가 원하는 문장만 직접 발췌해 읽을 수 있는게 특징이다. 

'제주를 처음 찾은 건 서른 살이었다. 그 후, 제주를 다시 찾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년 후, 어느 가을날이었다.' 기자가 녹음한 첫 문장이다. 에세이 분야 도서인만큼,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제주를 찾았을지,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고 상상하며 읽어나갔다. 화면 하단에는 내 목소리가 잘 녹음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가 뜬다.

오디오북 제작 전, 한번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밀리의 서재 '내만오'에서는 한 줄마다 녹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긴 호흡으로 읽지 않아도 돼 지루하지도 않고, 빠르고 간편하게 오디오북 제작이 가능했다. 

녹음을 마치고, 최종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내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의 목소리를 활용해 녹음하는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인공지능(AI) 성우 목소리 녹음 기능이 마련돼있기 때문이다. 성우 목소리도 꽤나 자연스럽고 생각보다 다양해 기술의 발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밀리의 서재 '3분 리뷰' 발행하기 캡쳐 화면. /사진=밀리의 서재
밀리의 서재 '3분 리뷰' 발행하기 캡쳐 화면. /사진=밀리의 서재

유튜브 출시 뒤 인기 크리에이터가 줄줄이 등장했듯이, 밀리의서재 오디오북을 통해 '낭독 스타' 등 오디오북 인기 크리에이터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읽을 수 있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 등은 일반 대중들이 만드는 오디오북 생태계 확장을 위한 과제로 보인다. 

김태형 밀리의 서재 유니콘팀 팀장은 "밀리의 서재 내가 만든 오디오북은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북으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오디오북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는 동시에 오디오북을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대중의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오디오북을 직접 생산하는 디지털 프로슈머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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