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법에 있는대로 했으면 좋겠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 다이아몬드룸에서 열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실명계좌 발급 개선 방안 정책포럼'에서 발표를 맞은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이번 정책포럼은 국회 정무위원인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가상자산사업자연합회,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형중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현황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내용을 간과하고 있다며 법안에 나온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첫번째 신고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실명계좌 발급이다. 그런데 실명계좌 발급의 키를 은행이 쥐고 있다고 해석을 하고 있지만, 실제 특금법에 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에 있어서 조건부 승인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이 틔여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금법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제도는 신고 제도의 기본 정신을 따른다"며 "신고제에서는 형식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 그 신고는 수리된다"고 말했다. 특금법에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한다'고 하지 않고 '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 가상자산 사업자가 신고하면 기본적으로 신고가 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교수는 "특금법과 시행령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고 메뉴얼에 보면 신고 완료후 조건부 발급 여부를 확인하게 돼 있다"며 "이렇게 법에 명확하게 돼 있는데 왜 법이 지켜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 법에 정해져 있는대로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조건부 발급 확약을 받아서 신고하고, 이것이 수리되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명계좌 발급을 은행에게 떠넘겨서 은행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실명계좌를 발급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에 대해 정은주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협력 팀장은 "실명계좌 조건부 발급 조항은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했는데, 이후 해당 거래소가 심사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주장처럼 사업자 신고 절차를 마친 뒤에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을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어 김 교수는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리스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은행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 줬는데, 그것으로 인해 마치 연좌제처럼 은행이 무한책임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제적으로도 사고의 유책사유가 거래소에 있다면 거래소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책임을 지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특금법 제 5조 2항에 따르면 각 은행은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작성·운영하는 업무지침에 고객 및 금융거래의 유형별로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 자금 조달 방지와 관련되는 적절한 조치의 내용·절차·방법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업무지침에 조치의 내용·절차·방법을 포함하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이 다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수상한 것이 있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면 돼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고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제도가 일본처럼 정착이 되려고 한다면 금융당국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자구책을 마련해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금융권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자체적으로 보험상품을 개발하거나 금융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도입하고 내부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