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번개장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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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역 없는 컬래버레이션(콜라보)이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분야가 손을 잡아 '만남' 자체만으로 주목을 받는 마케팅도 많습니다. 

특이한 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소위 말하는 '정석 마케팅'은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콜라보는 주목 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퍼져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인 번개장터와 정리 프로그램으로 인기리에 방영된 신박한 정리의 만남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때로는 정석 마케팅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정리와 중고 거래의 찰떡 만남

'신박한 정리'는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정리 권장 프로그램'입니다. 정리를 잘 하지 못하는 연예인이나 셀럽들의 집을 방문해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정리만으로도 새로운 집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죠. 

'신박한 정리'에서 내세운 가장 큰 포인트는 '비우기'였습니다. 전문가는 내가 가진 물건 중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려야지만 정리가 가능하다고 역설했죠. 비우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에 중고 거래 사이트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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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는 이렇게 연예인들이나 셀럽들이 필요없다고 판단해 '비운' 물건들을 직접 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수익금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는 좋은 취지까지 더해, 비우는 연예인도 구매하는 소비자도 기분 좋게 만들어줬죠.


평범함 속에 폭발한 시너지...40대 이상 가입자 급증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마케팅입니다. 연예인의 중고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프리마켓이나 자선바자회 등과 다를바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리'라는 콘텐츠와 만나 중고 거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소비자들을 플랫폼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번개장터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확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20~30대가 주로 이용하던 번개장터는 신박한 정리를 통해 40대 이상에게도 어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신박한 정리는 40대 이상이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시청률 분석표를 보면 40대 이상의 지표가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번개장터에 영향을 줬습니다. 

실제로 신박한 정리가 방영되고 난 후 번개장터의 40대 가입자 수 1062%, 50대 가입자 수가 2173% 증가했습니다. 실로 놀라운 변화입니다. 번개장터를 이용하는 연령대를 넓히는데 신박한 정리가 엄청난 역할을 한 셈입니다. 


덕후들에게 어필한 '신박한 정리' 아이템

스타들의 추억은 덕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모았습니다. 유재환이 내놓은 조던 운동화는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모으며 11초만에 판매가 완료되기도 했죠. 조헤련이 비운 '보컬 이팩터' 역시 9초에 판매가 완료돼 취향이 반영된 물건이 빠른 판매를 보였습니다.

/사진=번개장터 제공
/사진=번개장터 제공

또한 황제성의 레고 '밀레니엄 팔콘'이 미개봉 풀박스 상태로 공개되자 레고 매니아들의 엄청난 관심을 모았죠. 만화책과 피규어를 좋아했던 배구선수 김요환이 내놓은 하이큐 피규어 역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코미디언 부부 권재관과 김경아가 내놓은 프로급 DJI 드론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 모습입니다. 드론 덕후들 커뮤니티에서는 권재관과 김경아가 내놓은 드론이 언제 판매되는지 서로 물어보는 등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취향을 거래하는 번개장터 이미지에 날개 달았다

번개장터는 단순히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남는 것을 바라지 않는 모습입니다. 항상 '취향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신들을 소개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싼 물건이 올라오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닌, 자신들의 취향을 채우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신박한 정리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박한 정리에서 공개된 스타들의 물건들을 통해 그들의 추억을 구매하려는 팬들이 다수 몰리면서 '취향'이라는 단어를 소비자 머리 속에 각인시켰습니다.

실제로 신박한 정리를 통해 거래된 스타들의 물건은 총 698개, 누적 금액 2275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스타들의 추억을 살수 있는 사이트라는 이미지로 번개장터를 기억하게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최재화 번개장터 CGO는 "번개장터는 이번 신박한 정리를 통해 정리와 비움의 가치를 알리고, 새 주인을 찾아주며 취향을 연결하는 중고거래의 매력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신박한 정리의 주시청자였던 중장년층 이용자들이 중고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폭 넓은 연령대의 이용자가 번개장터에서 취향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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