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덩치를 불리고 있는 '인터넷 양강' 네이버-카카오의 전선이 일본으로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는 브랜디와, 카카오는 지그재그와 손을 맞잡는 등 양사 모두 패션 이커머스 사업자를 등에 업고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브랜디, 카카오-지그재그...日 상륙전 본격화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패션 이커머스 사업자와 손잡고 일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브랜디와 최근 사업제휴를 체결, 일본 패션 시장 공략에 나섰다. 동대문 패션 소상공인들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플랫폼 입점을 통해 일본 시장 등 글로벌 시장 판로 개척을 돕고,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지난 5월 브랜디와 동대문 패션 산업 플랫폼과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브랜디와 자회사 아비드이엔에프에 각각 1.97%, 12.50%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에서 활동하게 될 동대문 패션 판매자들의 상품이 일본 스마트스토어에 연결돼 야후재팬, 라인 기반의 일본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3월 1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는 경영통합을 선언, 일본 최대 규모의 빅테크 기업 'A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양사 결합의 첫 결과물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기술을 A홀딩스에 적용, 라인과 야후재팬의 커머스 비즈니스의 핵심 툴로 구축한 바 있다.

카카오는 지그재그와의 흡수합병을 통해 패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을 공식화했다. 지난 1일엔 합병 법인 '카카오스타일'이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스타일은 카카오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카카오의 기술력과 플랫폼, 다양한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글로벌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목표다.

카카오가 흡수 합병한 크로키닷컴은 현재 일본에서 패션 이커머스 앱 '나우나우'를 운영하고 있다. 크로키닷컴은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 인플루언서(유명인)와 협업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 일본 내에서 한국 동대문 패션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앱 내 스토어 개설부터 운영, 물류 등 전반적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현재 일본 '나우나우'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8만4000여명을 넘기며 일본 패션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크로키닷컴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패션 앱 '나우나우'와 '나우나우' 공식 인스타그램
크로키닷컴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패션 앱 '나우나우'와 '나우나우' 공식 인스타그램

 


'43조 규모' 日 패션 시장...선점 나선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가 택한 일본 패션 시장은 성장 잠재성이 높다. 아마존 글로벌 셀링이 발표한 '2020 일본 패션 시장 트렌드 및 인기 제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패션 시장 규모는 382.96억 달러(43조8910억원)로, 연 평균 5.1% 성장을 통해 오는 24년까지 시장 규모 466.8억 달러(53조49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온라인 소비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4년까지 1인 연 소비 예상금액은 1265달러(145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잠재성 역시 높다.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이 주요 선진 시장 중에서 이커머스 침투율과 A급 물류센터 비중이 각각 11%, 5%로 아시아 내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 영국에 이어 4위에 이를 정도로 크다. 물류와 배송 시스템이 구축된 패션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일본 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 새로운 신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패션, 화장품 등 한국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가 발표한 콘텐츠 종합 인기순위 '톱10' 안에 무려 5편의 한국 드라마가 포함됐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발매한 싱글 '다이너마이트'는 일본 오리콘 차트 누적 재생수 3억6528만회를 넘기며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실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민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 NPO(言論 NPO)'가 발표한 '한일 국민상호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해 20.0%에서 5.9%포인트 상승한 25.9%를 기록했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46.3%로 지난해(49.9%)보다 감소했다. 

드라마와 음악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는 패션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국가통계포털(KOSIS) 따르면 의류 패션 온라인쇼핑 일본직접판매액은 지난해 1207억3800만원을 넘겼다. 이는 2015년 575억9400만원 대비 109% 훌쩍 증가한 수치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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