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게임 콘텐츠로 사업 확장
넥슨·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는 영상 콘텐츠 만든다

이용자들의 한정된 시간을 사로잡기 위한 콘텐츠 기업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OTT) 기업이 오리지널 콘텐츠 IP을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는가 하면, 게임사는 자체 IP를 이용해 영화·드라마·다큐 등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한정된 이용자들의 여가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이종산업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게임 탑재한다

21일 넷플릭스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오리지널 영화·애니메이션·언스크립티드 TV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처럼, 게임을 새로운 콘텐츠 카테고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이 따로 구독료를 내지 않고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모바일 게임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설명이다.

넷플릭스 /사진=디미닛 제공
넷플릭스 /사진=디미닛 제공

이어 넷플릭스는 "영화와 TV 시리즈 출시에 대해 예전과 다름없이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도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됐기 때문에 구독자들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블랙미러의 외전 '밴더스내치'를 통해 게임과 영화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한 바 있다.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이 활용돼 시청자들이 더욱 영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최근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유명 게임 디자이너 마이크 베르두를 게임 개발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게임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도 디즈니 플러스의 운영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흥행에 성공한 자체 IP를 이용, 게임사와 협력해 게임 출시를 진행중이다. 국내에선 넷마블의 '마블 퓨처 레볼루션'이 오는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넥슨-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는 '영상 제작'에 진심이다

국내 게임 빅3 게임사중 하나인 넥슨은 영상 콘텐츠에 진심이다. 지난 16일 넥슨은 닉 반 다이크(Nick van Dyk)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닉 반 다이크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를 임원직을 두루거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다. 그는 헐리우드가 위치한 LA에 넥슨 필름 & TV라는 조직을 새롭게 꾸린다. 넥슨의 대표 IP을 활용한 영화나 TV시리즈 등의 제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닉 반 다이크 넥슨 신임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닉 반 다이크 트위터
닉 반 다이크 넥슨 신임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닉 반 다이크 트위터

앞서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게임 '스카이랜더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TV시리즈물인 '스카이랜더스 아카데미'를 비롯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영화, 콜오브듀티 영화 제작을 추진한 바 있다. 그는 "넥슨은 블록버스터급 IP의 성공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데 있어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특별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며 "넥슨의 글로벌 IP와 플랫폼이 가진 큰 성장기회들을 더욱 확대해 나갈 조직을 현재 LA에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 역시 영상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1일 헐리우드의 영향력 있는 제작사 아디 샨카를 펍지 배틀그라운드 기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임명했다. 10년 이상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아디 샨카를 영입해 크래프톤의 영상 콘텐츠를 헐리우드에 안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아디 샨카와의 파트너십은 펍지 유니버스를 멀티미디어 프랜차이즈로 확장시키려는 크래프톤의 노력 중 하나"라며 "곧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대해 더 공유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이 외에도 크래프톤은 지난달 22일 배틀그라운드 탄생 비화를 담은 펍지 유니버스 기반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의 탄생'을 공개했다. 또 같은달 26일엔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를 담은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에 이어 단편영화를 연달아 공개하면서 영상 콘텐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미 헐리우드에서 게임 IP를 이용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게임사도 있다. 바로 스마일게이트다. 스마일게이트는 전세계 10억명이 넘는 유저를 보유한 글로벌 메가 히트 게임 크로스파이어 IP를 기반으로 할리우드의 메이저 배급사인 소니픽처스와 손잡고 대작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 중이다.

또 지난 3월에는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조인트벤처(JV)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 다양한 멀티 콘텐츠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 / 사진 =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 / 사진 = 스마일게이트

업계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과 플랫폼 산업이 융합되는 것"이라며 "두 가지 사안의 공통점은 가입자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는 성장세가 꺾여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고, 게임은 아직까진 잘나가지만 플랫폼 사업자·콘텐츠 사업자로서 확장 전략이 필요해 점차적으로 사업 분야가 유사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한 IP를 활용해 가입자를 유지시키기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콘텐츠 사업자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