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샌드박스 김승태/사진=넥슨 제공
리브 샌드박스 김승태/사진=넥슨 제공

한 종목에서 10년 활동한 선수에게 우리는 '베테랑'이라는 호칭을 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브 샌드박스(리브) 김승태는 '베테랑'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설'이라고 부르기에는, 사실 아직은 조금 부족합니다. 개인전 우승도 한번 했고, 팀전에서도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베테랑'을 넘어 '전설'이라 불릴 수 있는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김승태는 만년 기대주로 불렸다가, 유영혁을 꺾고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승태는 소속 팀에서 항상 2인자를 자처했습니다. 위기 때 나서지 않았고, 팀 에이스 역할을 하는 유영혁과 박인수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죠.

그렇게 김승태는 에이스의 뒤를 든든히 받쳐 주면서 2인자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덕분에 김승태의 소속팀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김승태는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는 유영혁과 박인수 차지였죠. 

2021 신한은행 헤이영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 개인전 16강 2경기. 김승태는 자신을 2인자의 자리에 머물게 했던 유영혁, 박인수가 함께 달렸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마도, 김승태에게 오늘은 잊지 못할 순간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1위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4위 안에 들어 승자조에만 가자는 생각 뿐이었죠. 그런데 그 마음이 저를 침착하게 만든 것 같아요. 1위를 해서 그런지 기분이 정말 좋네요."

스스로 2인자로도 만족했고, 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는 성격 때문이 김승태는 어느 순간 1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는 워낙 잘하는 선수들과 경기를 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것이 많아요. 개인전에서 연습을 많이 하니 순발력이 부족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최적의 라인만을 고집하다 보니 사고에도 자주 휘말리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기 보다는 경기 안에서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머리 속으로 경기를 그려보는 데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개인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승태는 팀전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하는 모양입니다. 같은 팀 박인수는 항상 '(김)승태형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까요.

오늘의 경기 승자예측에서 김승태는 사실 1%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김승태가 개인전에서 보여준 결과는 좋지 않았고, 팀전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지지해준 1%의 팬들에게 너무나 좋은 선물을 안겼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김승태를 응원했던 팬들에게 1위로 보답할 수 있었으니, 어느 때보다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감사 드립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꾸준히 저에게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이 계심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신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 시즌에는 개인전 우승도 욕심 내보고 싶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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