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플
/사진=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력히 요구되면서 테크 기업들 역시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

올해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1'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기업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3대 위험요소로 ▲기상 이변 ▲기후 변화 대응 실패 ▲인간에 의한 환경 훼손이 지목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예상치 못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가져온 것처럼, 앞으로 기후 변화가 기업 활동에 예측조차 어려운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기업은 소비자와 투자자들로부터 친환경 활동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받고 있다. 금융시장 또한 탄소배출량 감축을 기업가치 산출의 주요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경영은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의 필수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테크 기업들은 일견 환경 파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들도 막대한 전기와 물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 등을 기반 시설로 두고 있어 친환경 경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물 '57억ℓ' 아낀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1월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MS는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세계가 직면한 데이터센터 운영 및 엔지니어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와 투자를 진행해왔다. 회사 측은 자사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물 사용량, 탄소 배출량 등을 줄이는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소개했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사진=MS
미국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사진=MS

마이크로소프트는 먼저 오는 2024년까지 자사 증발식 냉각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물 사용량을 연간 약 57억리터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쓰이는 전체 물 양의 95%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고온 환경에서의 서버 성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암스테르담, 더블린, 버지니아 등에서 냉각에 필요한 물 사용을 없애고, 애리조나 같은 사막지역에서는 물 사용량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MS는 지상이 아닌 바다 속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나틱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바다 속에 설치해 운영할 수 있는 지 시험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틱 프로젝트' 2단계 실험을 통해 해저 데이터센터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확인했다. / 사진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는 '나틱 프로젝트' 2단계 실험을 통해 해저 데이터센터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확인했다. / 사진 =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장하는 해저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제작해 운영 중 폐기물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담수 소비가 없어 미래 환경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MS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데이터센터 운영 환경에 풍력, 태양 에너지, 수력 등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애플·아마존 '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

애플은 오는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과 제품 주기를 아우르는 기업활동에서 탄소 중립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제품에 사용한 재활용 소재 규모를 확대하고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 참여 협력업체 규모를 늘리고 있다.

최근 애플은 이 같은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 참여 협력업체가 총 175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포스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범천 정밀, 덕우전자, 미래하이테크, 영풍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SK하이닉스와 대사에스티, 서울반도체, 아이티엠반도체 등은 이미 참여 중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기업은 기후 변화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며 "시간은 재생 가능한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더 친환경적이고 더 공정한 미래에 투자하기 하기 위해 기민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리건주에 위치한 몬터규 풍력발전시설(Montague Wind Power Facility)/사진=애플
오리건주에 위치한 몬터규 풍력발전시설(Montague Wind Power Facility)/사진=애플

아마존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아마존은 특히 유니레버, 비자, 우버 등 100개 이상 기업들과 기후서약을 맺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20억 달러(약 2조3390억원) 규모의 '기후서약펀드'를 조성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아마존은 전기차 충전 기술 개발 스타트업 '리질리언트파워'와 친환경 포장 스타트업 'CMC기계', 대체연료 개발 기업 '인피니엄' 등 3곳에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용의 비늘'로 전기 생산 나선 구글

구글은 전세계 사무실과 데이터센터, 각종 시설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탄소 제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무 시설을 전기를 사용함과 동시에 생산하는 발전소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실리콘밸리 베이 뷰와 찰스턴 이스트 지역 신축 구글 사옥 지붕에 설치된 신개념 태양광 패널 발전 설비 '용의 비늘(Dragon Scale)'/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실리콘밸리 베이 뷰와 찰스턴 이스트 지역 신축 구글 사옥 지붕에 설치된 신개념 태양광 패널 발전 설비 '용의 비늘(Dragon Scale)'/사진=구글 공식 블로그

구글은 자사 전기 사용량의 30%를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는 스웨덴·네덜란드의 풍력발전 단지, 칠레 태양광발전 단지 같은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서 구매한다.

이 회사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베이 뷰와 찰스턴 이스트 지역에 신축 사옥 지붕에 설치된 신개념 태양광 패널 발전 설비 '용의 비늘(Dragon Scale)'을 공개했다. 이는 9만여개 태양전지판으로 구성된 설비로 매년 7MW의 에너지를 생산해 전체 사용량의 약 40%를 충당할 계획이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