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CEO) /사진=IF KAKAO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16일 카카오 개발자회의를 통해 한국어 '초거대 AI' 언어모델 'KoGPT'를 공개했다.

초거대 AI는 데이터 분석과 학습을 넘어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하고 창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심층학습) 효율을 크게 높인 차세대 AI다.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빠른 학습이 가능하다.

KoGPT는 6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갖췄다. 카카오브레인은 장차 이 규모를 100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의 학습·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AI의 성능 척도다. 보통 파라미터 규모가 커질 수록 AI 성능이 높아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해 설립한 '오픈(Open)AI'가 지난해 공개한 GPT-3는 초거대 AI 범용화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GPT-3는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인공신경망의 파라미터를 1750억개까지 늘렸다. 

카카오브레인은 KoGPT가 한국어에 특화됐다고 강조했다. 영화나 상품 리뷰 댓글을 보고 해당 댓글의 평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별할 수 있다. 긴 글을 짧게 요약할 수도 있다. '3주 동안 식물에게 물을 주었다'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식물이 꽃을 피웠다'처럼 인과관계를 예측해 보여주고 다음 이야기도 스스로 적을 수 있어 AI 소설가 탄생도 기대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카카오브레인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등 모델도 준비 중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GPT는 대규모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리소스와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GPT를 오픈소스로 개방해 일반 대학이나 스타트업 등의 기술 접근성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에 앞서 네이버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버가 204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췄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미 국내 다양한 서비스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검색어 교정, 쇼핑 기획전 생성, 쇼핑 리뷰 요약 등 네이버 서비스 곳곳에 하이퍼클로바를 상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거대 AI 개발 경쟁이 미래의 AI 생태계 주도권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가올 미래엔 서비스뿐 아니라 신사업 구축부터 상품 설계·디자인 까지 산업 전 과정에서 초거대 AI가 큰 변화를 이끌 것이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AI 기술 패권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효정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 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개발 경쟁은 미래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AI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에 보통 기존 학습된 모델을 응용하는 전이학습 방식으로 AI를 개발한다"며 "결국 가장 선도적인 모델을 개발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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