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퍼링-비확인 소문만 난무

#상처뿐이었던 유치한 폭로전에 LCK 월권 행사까지

#상도덕 무너진 엉망진창 스토브리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LCK)가 역대급 '엉망진창' 스토브리그를 맞고 있습니다. 롤드컵 우승팀이 공중분해돼 중국으로 향했던 '엑소더스' 시즌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는 취지는 이해하나 템퍼링 등으로 룰을 어기고, 상도를 저버리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폭로전이 이어지며 엄청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LCK 팀들이 서로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정해진 '룰'에 따라 경쟁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템퍼링 난무했던 스토브리그

우선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다양한 집단에서 템퍼링을 시도한 정황들이 드러나 게임단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담원은 공식 SNS를 통해 "이메일로만 문의를 받을 예정이니 룰을 어기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현장에 강범준 스피어 게이밍(에이전시)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 '템퍼링' 오해를 사기도 했는데요. 이는 소속 선수인 '너구리' 장하권을 보호하기 위한 상황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A팀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템퍼링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A팀 코칭스태프는 한팀도 아니고 다수의 팀 선수에게 접근해 이적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팀 코칭스태프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이미 선수들에게 미리 접촉한 정황이 포착돼 추후 논란이 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e스포츠 전문가라는 애매모호한 호칭을 가진 사람들이 템퍼링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게다가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SNS로 인해 피해입은 선수들까지 등장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농심 레드포스

프렌차이즈 원년에 창단한 농심 레드포스(농심)은 LCK 신인(?) 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합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다양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선 농심은 담원 '고스트' 장용준 영입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장용준은 "처음부터 농심이 우리 팀과 나에게 거짓말을 했고 소중한 3일을 날리고 말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고스트' 장용준/사진=라이엇 게임즈 제
'고스트' 장용준/사진=라이엇 게임즈 제

이에 농심 오지환 대표는 "처음 대화에서 해당 선수의 연봉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옵션을 포함한 방식으로 제안하려 했다"며 "코칭스태프가 제안 가능한 연봉을 제시했는데 우리는 딜이 거절됐다고 이해했다"며 "커뮤니케이션상 오해가 있었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담원은 이에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이재킹과 같은 단어로 상황을 호도하려는 농심에 유감"이라며 폭로전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농심은 "'고스트' 장용준에게 직접 대화에 사과했으며 '하이재킹'과 같은 불편한 표현을 사용해 혼란을 야기한 점도 죄송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고스트'는 아직까지도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담원의 원거리딜러는 이미 전 농심 선수인 '덕담' 서대길로 채워진 상황이고 농심과 한화생명e스포츠를 제외하고는 모든 팀에 원거리 딜러가 채워진 상황이기에 이번 문제로 '고스트'가 미아가 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담원과 농심의 2차전...'칸나' 사건

이미 '고스트'로 감정이 상한 담원과 농심은 톱라이너인 전 T1 '칸나' 김창동을 두고 2차전을 벌였습니다. 여기에는 T1과 LCK까지 연루된데다 서로 감정싸움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스토브리그의 '내홍'을 폭발시키고 말았습니다.

농심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겠다는 '리치'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톱라이너 자리가 빈 상태였죠. 이에 T1의 톱라이너로 활약한 '칸나'를 영입하기 위해 T1과 모든 조율을 마쳤습니다. 

'칸나' 김창동/사진=이소라 기자
'칸나' 김창동/사진=이소라 기자

그러나 군입대를 앞둔 '칸' 김동하의 자리를 대신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너구리' 장하권이 휴식을 선언하면서 담원도 톱라이너 자리가 비고 말았습니다. 담원도 발빠르게 톱라이너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미 농심과 이야기를 마친 '칸나'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렇게 또다시 농심과 담원의 신경전이 시작됐습니다. '고스트' 장용준 사건으로 이미 상처를 입은 두 팀은 또다시 톱라이너를 두고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입니다. 


피로한 폭로전...LCK 월권 행위까지

이 과정에서 또다시 폭로전이 이어졌습니다. '칸나'는 "원래 T1에 남고 싶었는데 팀이 나를 헐값에 다른 팀에 넘기려 한다"고 SNS에 심경을 토로했죠. '칸나'의 에이전시도 "고인이 된 T1 대표가 이미 구두로 '칸나'를 FA로 풀어줄 것이라 약속했는데 팀이 마음대로 이적할 팀을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뜬금없이 LCK가 등장합니다. LCK는 T1에게 "선수가 원하는 팀으로 보내야 한다"며 담원으로 '칸나'를 이적시킬 것을 권고해 논란을 크게 만들었죠. 

최성훈 T1 단장/사진=T1 제공
최성훈 T1 단장/사진=T1 제공

이에 T1은 최성훈 단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칸나'가 수차례 이적에 대해 문의를 했고 '칸나'의 이적 권한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맞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제시한 농심과 협상을 한 것"이라며 '칸나'와 에이전시의 폭로가 사실무근임을 전했습니다.

T1의 기자회견이 있고 난 후 '칸나'와 에이전시가 이렇다할 입장 발표를 하지 않으면서 여론은 '칸나'에게 좋지 않게 흘러갔습니다. '칸나'의 폭로가 거짓임이 드러났고, 에이전시가 고인을 들먹이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정당성을 떨어트렸습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칸나'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에이전시의 거짓 언론전으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본 것 같다"며 "'칸나' 일을 주도한 에이전시는 이전에도 좋지 않은 사례를 많이 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을 통해 에이전시의 법제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느꼈다"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상도덕은 어디에...내홍만 입은 폭로전

팀 입장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룰을 어기고, 상도덕을 무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SNS 폭로전을 이어가는 '유치'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원년 스토브리그에서 팀들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이는 한국 LCK가 인기에 비해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방증입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조차 없었던 무차별적인 폭로전은 LCK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마저 듭니다. 심지어 리그를 주관하는 LCK가 팀의 고유 권한인 선수 이적 문제에 끼어들어 월권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정성' 측면에서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한국e스포츠는 여전히 시스템도 체계도 없이 아마추어들이 팀을 꾸리던 20년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물론 프랜차이즈 원년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기본인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잇속을 위해 유치한 폭로전이 난무한 올해와 같은 스토브리그는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LCK부터 중립을 지키고, 팀들이 서로 상식과 룰을 지키면서 경쟁하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팀들도 서로 동업자 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서로 경쟁자이지만, 제도권과 룰 안에서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를 바랍니다. 템퍼링과 폭로전으로 일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프로답게 일을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스토브리그에서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팀들과 LCK가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에이전시 문화도 법제화해 이런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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