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영하로 내려가면 바로 수확날짜 잡아야
배추는 영하 5도 정도까지는 버틴다고 합니다
무와 배추 수확으로 2021년 텃밭 일기는 '끝'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잠시 가을인가 싶더니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둘째는, 11월은 가을이라고 계속 우기고 있네요. 12월이 돼야 겨울이랍니다. 아직 가을이라며 겨울 얘기를 하면 싫어합니다. 추우면 겨울 아닌가...
둘째의 말에 따라, 겨울을 눈앞에 둔 가을인 11월 마지막 주, 벌써부터 김장하느라 바쁜 집들이 보입니다. 우리 마을의 이웃주민께서는 회사에서 '갓배추'를 새로 개발했다며 나눔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전통 육종방식으로 갓과 배추를 합친 배추라고 하네요. 덕분에 김장할때 잘 사용했습니다.
김장을 앞두고, 무와 배추를 수확하다
그렇습니다. 벌써 김장 시즌이 왔습니다. 백화점, 마트에도 '김장' 관련 아이템들이 등장하시 시작했습니다. 슬슬 김장 이야기가 나온다 싶으면, 텃밭주인도 바빠집니다. 이 시즌만 보고 열심히 모종심고, 물 주고, 비료 주고, 잡초 뽑아줬던...무와 배추를 수확할 시간이기 때문이죠. 1년 텃밭농사의 마지막을 알리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무와 배추를 심은지 70~80일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빨리 수확시기를 잡아야 한다고 하네요. 특히 배추는 추위를 잘 견디는 편이지만, 무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맛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11월27일 김장을 '디데이'로 설정하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당연히 주말에 김장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원래는 27일 오전이나 26일 오후에 무와 배추를 수확하려고 했습니다. 미리 수확하면 보관하기도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주말을 '디데이'로 잡아놨는데, 주초부터 엄청 춥더라고요. 영하 4~5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를 보니, 미루다가 무를 버릴수도 있겠다는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퇴근해서 야간에 무를 뽑기로 했습니다. 보관하는게 걱정이었지만, 일단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무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수확해야 한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야간 무 수확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무를 수확하는건 매우 쉽습니다. 아이들도 쉽게 뽑을 수 있지요. 그냥 무를 잡고 위로 뽑으면 쉽게 뽑힙니다. 아이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알려주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가끔 멀칭한 비닐 때문에 걸리는 경우가 있지만, 성인이 뽑으면 비닐도 별 장애물은 아닙니다.
무를 수확할때 조심할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무청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뽑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청도 말리면 시래기가 되고, 무청 자체로도 맛있는 요리를 많이 할 수 있으니, 가급적 상하지 않도록 잘 뽑아주면 됩니다.
그렇게 뽑은 무는 신문지로 싸서 보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신문을 구하는 것이 무를 뽑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가판대에도 없고, 편의점에도 팔지 않더군요. 2년전에 신문사 다닐때는 회사에 넘치도록 많았던 신문인데...신문 파는 곳이 정말 많이 없어졌더군요. '신문의 시대는 정말 끝났나'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는 신문지로 싸는 것을 포기했씁니다.
어차피 4일 후 김장할때 쓰면 되기 때문에 큰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박스를 너무 춥지 않은 차고에 넣어둬서 냉해를 방지했습니다.
배추는 추위에 조금 더 잘 견딘다...미진한 결구는 아쉬워
그리고 4일 후, 드디어 김장하는 날이 밝았습니다. 배추를 수확하는 날이기도 하죠. 아이들과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배추를 수확할때는 칼이 필요합니다. 배추를 한손으로 살짝 누른 뒤 땅과 배추 사이를 칼로 끊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칼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니, 아이들은 배추를 살짝 누르기만 하고 칼은 어른이 만져야 합니다.
배추를 수확하다보면 겉에 시든 잎이 많을것입니다. 그건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떼어내면 됩니다. 원래 배추밭에는 수확하고 나면 배추 잎들이 한가득 놓인다고 하네요. 그냥 두면 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저도 한번 따라해봤습니다. 뭔가 수확한 밭 느낌이 납니다.
배추를 보니 벌레들이 엄청 파먹었더라고요. 농약도 없이 기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먹을 배추에 농약을 치기는 싫으니...이게 또 고민이네요. 그냥 먹어도 괜찮겠지만, 뭔가 많이 아까운 느낌입니다. 한랭사라는 해충방지망을 치는 방법도 있다는데...손이 많이 갈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그리고 배추를 수확해보니, 노란잎이 많이 부족하네요. 결구가 잘 돼야 노란잎이 많이 생긴다는데...아무래도 배추 모종을 너무 늦게 심어서 결구될 시간이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서둘러서 배추를 심어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와 배추 수확이 끝났습니다. 올해 텃밭농사도 마무리됐네요. 올해는 그래도 첫해보다는 만족스러운 텃밭농사였던 것 같습니다. 감자도 나름 많이 수확했고, 가지, 고추, 옥수수, 호박, 대파, 상추, 깻잎까지...텃밭 덕분에 행복했던 1년이었습니다. 내년에는 3년차니까, 더 나은 텃밭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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