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단이 감당하기 어려운 선수 몸값 인플레이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T1처럼 선수 육성에 눈 돌려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토브리그가 마무리 돼가고 있습니다. 이제 팀들은 각자 재정비를 마치고 2022년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e스포츠에 많은 과제를 안겨줬습니다. 게임단의 현 상황, 선수들의 몸값, 에이전시, 템퍼링, 불필요한 여론전, SNS를 통해 난무하는 정보 등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몸값...게임단 감당 가능할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들리는 선수들의 몸값은 귀를 의심할 정도입니다. 물론, 성적을 잘 낸 선수들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도 일반 선수들조차도 연봉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CK가 열리고 있는 롤파크 전경/사진=이소라 기자
LCK가 열리고 있는 롤파크 전경/사진=이소라 기자

프랜차이즈 1년, 게임단은 과연 돈을 벌었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아마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각 게임단마다 명확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현상은 좋지 않습니다. 게임단의 수익 구조는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출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한 게임단은 5명의 연봉 합만 1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결코 좋지 않은 현상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감당하고 있지만 계속 수익구조는 없고, 지출만 늘어가는 구조라면 e스포츠는 산업으로 커나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선수 수급의 어려움

선수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단순하게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를 원하는 수요는 LCK에 한정돼지 않습니다. 중국, 유럽,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 선수들을 데려가기 위해 뭉치돈을 가지고 경쟁합니다.

그에 비해 선수 수급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챌린저스 리그, 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간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한때 야구도 선수 수급이 잘 되지 않아 FA 시장이 과열된 적이 있다"라며 "프로스포츠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인 선수 수급 등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게임단들이 장기적으로 보고, 신인 육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지금 LCK는 선수들의 몸값 지불만으로도 게임단 운영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유망주 발굴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T1이 보여준 '육성'의 힘

T1은 LCK에서 현재 가장 강한 팀은 아닙니다. 하지만 T1은 모두가 꼽는 최고의 팀입니다. 그리고 현재 LCK 선수들을 보면 왜 T1이 그런 명성을 가지게 됐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LCK에서 현재 T1 DNA가 심어지지 않은 팀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신인시절부터 T1이 발굴해서 키운 선수들이 각 팀으로 퍼져나가 있습니다. 

'스카웃' 이예찬/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스카웃' 이예찬/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게다가 현재 T1의 로스터도 자신들이 발굴하고 키워낸 선수들로 채웠습니다. 하지만 약해보이지 않습니다. '오너', '구마유시' 등 신예들이 당당히 이번 롤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쳤죠. 그들은 이제 LCK에서도 톱급 라이너들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번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드워드 게이밍(EDG) 미드라이너 '스카웃' 이예찬도 T1 DNA가 담긴 선수입니다. 이외에도 해외에 진출한 많은 선수들이 T1에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 T1이 '페이커' 재계약 이외의 영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강팀으로 분류돼는 가장 큰 이유도, 유망주 신예들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신예 육성, 선택이 아닌 필수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하는 행위가 죄는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데려올 선수가 없어지고, 이로인해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이로인해 게임단 예산 부족으로 신예 발굴 및 인재 육성 투자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악순환입니다. 선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e스포츠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선수 생명이 짧기 때문에 신인들이 지속적으로 수급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생태계대로라면 신예 육성은 커녕 라인업을 짜는데 게임단 전체 예산을 써도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템퍼링이 난무하고, 비성숙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SNS를 통한 무성한 소문들이 도는 것 모두가 마음이 급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선수가 한정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부끄러운 모습이었죠. 게임단 내부적으로 인재 육성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스토브리그와 같은 현상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당장의 성적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잘하는 선수를 비싼 값에 데려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처럼만 팀을 운영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성적을 내서 팀을 매각할 생각이 아니라면, 각 팀들은 단순히 2군을 운영하는데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신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이에 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임단들의 고민이 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스토브리그를 거치며 나온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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