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대신 탈중앙금융에 주력...프로토콜 경제 첫 성공사례로 우뚝
美 당국과의 마찰 본격화, 규제 리스크 '잔존'

CI=테라
CI=테라

 

올초 설날 연휴를 맞아 기획된 '[코린이톡] "루나 시총만 3조" 진격의 테라…한국판 이더리움 가즈아?'(2월 12일 기사) 기사를 본 투자자가 있다면 지금쯤 10배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가상자산 시세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놀라운 성장세를 일군 테라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토종 블록체인 '테라' 기반 가상자산은 연일 몸집을 불리며 어느덧 시가총액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주자인 루나는 단순시가총액 환산 시, 코스피 2위 기업 SK하이닉스(시총 85조원)와 맘먹는 규모로 성장했다. 과감하게 이커머스 사업을 등지고 탈중앙금융, 이른바 '디파이'에 올인한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6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테라 기반 가상자산 루나의 유통량 기준 시가총액은 약 29조원 규모다. 단, 총 발행량 10억 루나를 현재 가격(8만원대)에 대입하면 80조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을 거듭한 지난 주말간, 루나는 오히려 두자릿 수 이상 가격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라이징 스타로 거듭났다. 대다수의 알트코인이 두자릿 수 이상 급락했지만 루나는 오히려 맹렬한 기세로 20% 가량 몸집을 불렸다. 

가상자산 투자자가 아니라면, 사실 인지도가 크지 않은 루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테라를 알아야한다. 테라는 테라 프로토콜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통화량이 조절된다. 이를 시장에선 스테이블 코인이라 부른다. 수요가 늘어나면 프로토콜에서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요가 줄어들면 통화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루나는 테라의 가격안정화를 위한 마이닝 토큰으로 테라의 가격 하락 시에는 루나를 추가 발행해 테라의 유통량을 흡수,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상승할 때 테라를 추가 발행, 이때 발생하는 화폐주조 차익의 수익을 통해 루나를 소각해 10억개의 발행량을 유지한다. 루나의 가치는 테라의 결제 수수료에 기반해 생성되며,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발생하는 소액의 결제 수수료는 블록 확인이 완료되면 징수되고, 이를 블록 생성자에게 보상으로 지급한다.

무엇보다 달러와 같은 글로벌 기축통화와 연계하지 않고도 스테이블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비결은 테라가 바로 금융에 최적화된 블록체인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사실 테라는 출시 초반 창업자 중 한명인 신현성 전 티몬 창업자의 주도로 결제 인프라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테라는 국내 대표 블록체인 투자사(VC) 해시드의 투자를 유치한 후, 최근 금융서비스 안착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해시드는 프로토콜 경제를 주창하며 플랫폼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이윤을 나누는 방식을 지향한다. 

이렇게 탄생한 사례가 테라 기반으로 발행된 앵커프로토콜과 미러프로토콜, 파일론프로토콜이다. 이들을 활용하면 코인 예치 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대출도 가능하며, 테라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도 만들 수 있다. 실제 가상자산의 쓰임새를 늘리는 것 보다, 일단 테라 생태계의 부를 창출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미러프로토콜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한 주식들(에어비엔비,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의 지표를 추종하는 금융상품이다. 획기적인 투자 방식 덕에 미국 규제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는 법적 대응을 천명하며 테라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테라는 아랑 곳하지 않고 꾸준히 신규 프로젝트를 테라 생태계 안에서 키워내며 글로벌 유동성을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 출시를 예고한 디파이 서비스만 수십여개에 이른다. 이같은 생태계에 무수한 투자자가 모여들며 테라 기반 가상자산 가격은 오히려 더욱 탄탄하게 진화하고 있다. 

물론 테라의 방식은 현재의 중앙화된 금융시스템과는 결이 다르다. 이때문에 규제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통 금융가의 시각이다. 실제 테라는 레거시 미디어를 통한 홍보전략도 포기하고 생태계 종사자들의 부를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존재하는 오픈 파이낸스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지만, 중앙화 금융을 원하는 각국 정부의 규제가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아나키즘 적인 생태계 자체가 영속성을 띌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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