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안경 쇼핑몰 '라운즈'에서 구매한 안경/사진=김가은 기자
AR 안경 쇼핑몰 '라운즈'에서 구매한 안경/사진=김가은 기자

친구들과 놀이터를 누비며 100원짜리 '아폴로'와 '차카니'를 나눠 먹던 시절, 안경을 쓴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다. 부러운 마음에 TV 앞에 바짝 앉아있다가 어머니에게 들은 핀잔만 해도 셀 수 없다.

부모님께 감사하게도 살면서 안경을 살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안경에 대한 열망이 저 멀리 사라진 줄 알았건 만, 최근 들어 노트북을 볼 때도, 스마트폰을 볼 때도 눈에 피로감이 느껴졌다. 디지털 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증강현실(AR) 안경 쇼핑몰 '라운즈'에서 인생 첫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구매해봤다.


AR 가상피팅으로 쉽게

옷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어울리는 물건을 찾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지칠 때까지 입어보는 것이 '쇼핑의 묘미'라고. 그러나 내겐 아니었다. 다리만 아프고 수많은 물건 중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 상황만 벌어졌다.

라운즈는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생략해준다.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AR 가상피팅'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원하는 제품을 누르면 착용한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내 얼굴에 어울리는 안경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라운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인공지능(AI)가 얼굴 구조를 학습하는 모습
라운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인공지능(AI)가 얼굴 구조를 학습하는 모습

'진짜 안경 쓴 것처럼 보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정면 모습 뿐 아니라 고개를 숙이거나 돌려도 어색하지 않았다. AI가 사용자 얼굴구조를 파악해 모습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를 통한 실시간 방식과 사진을 이용한 방식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카메라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상피팅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가상피팅 화면에서 곧바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화면 하단에 위치한 '상품정보 확인하기'를 누르면 제품명부터 ▲가격 ▲재고 현황 ▲시착 가능 매장 ▲제품 상세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 구매는 배송과 방문수령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배송의 경우 1~2일 이내에 받을 수 있으며, 방문수령의 경우 전국에 위치한 280개 파트너 안경원 중 원하는 곳을 지정할 수 있다.


가상과 현실, 차이가 없네

앱으로 맘에 드는 안경을 고른 후 구매 버튼 누르려다 문득 '가상으로 피팅한 모습과 실제 제품 착용 모습이 다르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라운즈 직영매장을 찾았다.

실제 안경을 착용한 모습(왼쪽)과 라운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동일제품으로 AR 가상피팅을 진행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실제 안경을 착용한 모습(왼쪽)과 라운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동일제품으로 AR 가상피팅을 진행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AR 가상피팅으로 착용했던 모습과 실제 착용한 모습을 비교해본 결과 놀랍게도 차이가 없었다. 디자인은 물론 색상, 크기까지 모두 화면에서 본 것과 동일했다. 덕분에 해당 매장에서 원하던 안경을 바로 구매했다.

렌즈를 가공하는 동안 매장을 둘러봤다. 여느 안경점과 다르게 곳곳에 비치된 거울 옆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안경을 착용하고 거울을 보자 갑자기 디스플레이에 제품 정보창이 떠올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라운즈 매장에서 'AI안경사'와 '라운즈 미러' 기술을 사용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라운즈 매장에서 'AI안경사'와 '라운즈 미러' 기술을 사용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이 매장에는 'AI 안경사 시스템'과 '라운즈 미러'가 탑재돼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거울을 보면 AI가 이를 인식해 자동으로 정보를 표시한다. 방해 받지 않고 쇼핑을 하고 싶은 방문객에게는 유용한 기능이다.


기존 안경원과의 상생은 숙제로 남아

직접 안경을 구매해본 결과 안경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거나 일일이 어울리는 안경을 찾아다닐 체력이 없다면 라운즈는 꽤 괜찮은 선택지다. 다만 기존 안경원들과의 상생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현재 라운즈 앱에서는 도수 있는 안경을 구매할 수 없다. 대한안경사협회와 단초점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둘러싸고 정부가 주도하는 '한걸음 모델'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걸음 모델은 신사업으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상생안을 도출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는 "단초점 안경의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안의 내용은 복건복지부 주도로 협회와 라운즈가 참여해 검증·연구·용역을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양측과 정부는 결과에 문제가 없을 시 재협의를 통해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 합의로 상생안 마련에 협회와 의견이 모아진 건 고무적이다. 라운즈는 향후 AI, AR 등 자사 기술을 기존 안경원들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생을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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