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 /사진=테크M
애플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 /사진=테크M

애플의 첫 무선헤드폰 '에어팟 맥스'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다. 무선이어폰 시대를 활짝 연 '에어팟' 시리즈의 인기에 비하면 조용한 반응이다. '앱등이'(애플 충성 고객을 뜻하는 은어)에게도 71만9000원이란 가격의 벽은 높았다.

최근 에어팟 맥스 가격이 온라인상에서 40만원대까지 낮아지자 다시 호기심이 일었다. 우리집 사과농장에 남은 한조각 퍼즐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에 결국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연결에 강하다

2009년 처음 아이폰을 샀고, 아이튠즈 동기화를 위해 맥을 샀다. 그리고 아이패드가 나왔고, 애플워치를 선물 받았고, 아이폰에 유선이어폰 단자가 없어지면서 에어팟을 샀다. TV에  아이폰 화면을 미러링하고 싶어 애플TV를 샀고, 어느덧 둘러보니 애플 제품에 둘러 쌓여 있었다. 이렇게 앱등이가 또 한 명 탄생했다.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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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꾸 애플 제품을 사게 되는 이유는 제품 간의 강력한 연결성 때문이다. 마치 자석처름 서로의 제품을 척척 매끄럽게 연결해주기 때문에 제품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만족도가 점점 커진다. 그러다 보니 생태계를 계속해서 넓히고 싶은 욕구도 함께 커진다.

에어팟 맥스는 한동안 우리 집 애플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빠진 제품이었다. 역시나 채워놓고 보니 가장 큰 강점은 연결이었다. 아이폰에서 아이패드로, 다시 맥북으로, 기기를 옮겨 다닐 때마다 매끄럽게 연결해 준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애플다운 제품

에어팟 맥스의 사운드는 대체로 평이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운드를 잘 모르는 '막귀'라 객관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적어도 애플뮤직에서 지원하는 공간 음향 음원을 들을 때는 이어폰과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 애플 제품은 애플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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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캔슬링 성능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와이프가 뒤에서 하는 얘기를 못 들은 척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무선헤드폰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다. 집에서 일을 하려니 온갖 소음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는 핑계는 노이즈 캔슬링 무선헤드폰의 구매 필요성을 합리화시켜 준다.

디자인은 몹시 애플스럽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호감 가는 편은 아니다. 애플 제품다운 고급스러운 질감과 견고한 마감을 보여주지만, 밖에 착용하고 다닐 엄두는 안 난다. 마치 에어팟 1세대를 처음 끼고 나갔을 때 사람들이 괜히 쳐다본다는 착각이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무게는 너무했다

에어팟 맥스는 잘 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길어진 집콕 생활은 노이즈 캔슬링 무선이어폰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했고, 실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소니 WH-1000XM4 같은 제품은 성공했다.

에어팟 맥스가 초기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열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건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함께 앱등이조차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무게' 때문이다. 에어팟 맥스 무게는 384.8g으로, WH-1000XM4 무게의 1.5배가 살짝 넘는다.

에어팟 맥스를 처음 머리에 얹으면 애플이 자랑하던 인체공학적 설계 덕분인지 편안한 느낌이 들지만, 이내 무게감이 엄습하면서 자꾸만 자세를 고치게 된다. 애플은 무게를 분산시켜 착용자의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소시킨다고 했지만, 그래도 무거운 건 무거운거다.

개인적으론 길어야 삼십분, 업무 시간 내내 쓰긴 절대 무리였다. 오히려 조용한 밤 자기 전에 음악을 크게 틀고 잠시 사색을 할 때 쓰기에 가장 좋았다. 2세대 제품이 나온다면 무조건 무게부터 줄이는 게 좋겠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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