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에 엇갈린 주가 반응
아마존 '회복력' 기대감에 시간외 반전
메타는 주력 사업 약화 실망감에 폭락

메타 /사진=디미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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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연초 긴축 우려로 10% 이상 하락하며 크게 흔들린 나스닥은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시가총액 1, 2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어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퀄컴, AMD 등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에 이어지며 나스닥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만 8% 급반등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일(현지시간) 페이팔, 메타플랫폼(구 페이스북) 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혜를 입었던 비대면 관련주들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으로 다시 나스닥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메타플랫폼은 실적 발표 다음날 주가가 26.39% 폭락했고, 이 여파로 인해 나스닥 지수도 3.74% 하락했다. 메타플랫폼은 이날 하루에 2500억달러(약 300조원)가 증발해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손실액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메타가 뿌린 '찬물' 아마존이 막을까

메타플랫폼이 반등 기대감을 무너뜨린 나스닥에는 다행히 마지막 '한방'이 남아있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의 5대 빅테크 '마마(MAMAA)' 가운데 가장 늦게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이 예상 밖 선전으로 다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마마'는 메타플랫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을 가리킨다.

당초 아마존은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소비 시장에서의 영향력 감소 등으로 아마존은 빅테크 중에서도 실적 기대감이 낮은 편이었다. 실제 이날 아마존은 7.81%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마존 /사진=디미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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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에서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9%대 매출 성장과 전기차 회사 리비안에 대한 투자로 약 120억달러(약 14조4000억원) 이익을 거뒀다고 밝히며 시간외거래에서 14% 이상 상승세를 기록, 또 한 번 반전을 썼다.

아마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374억달러(약 16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으로 뛴 143억달러(약 17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지분 22.4%를 보유한 리비안이 지난해 11월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주가가 크게 뛴 덕분에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 27.75달러의 주당이익률(EPS)을 달성했다.


위기에 영리하게 대처한 아마존

아마존은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매출은 월가 컨센서스인 1376억달러에 소폭 못 미쳤다. 아마존의 분기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도 1120억~117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200달러를 소폭 하회했다.

하지만 시장은 아마존의 '회복 탄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에 처음 공개한 온라인 광고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한 97억달러(약 1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에 이은 3위 수준이다.

/사진=AW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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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강력한 캐시카우인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성장한 매출 177억8000만달러(약 21조400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결정적으로 아마존은 올해 프라임 멤버십 가격을 4년 만에 기존 연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이용자는 현재 2억명을 넘어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이용료 수입만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81억달러(약 9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쉬운 매출 성장과 여전히 보수적인 1분기 가인던스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주가가 급등한 건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부진한 1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2분기 기대감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페이스북, 메타버스 외줄타기 시작

아마존과 달리 메타의 경우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실적의 경우 매출은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하고 EPS는 소폭 하회한 수준이었지만, 문제는 향후 전망이다. 메타의 1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270억~290억달러로 컨센서스인 302억달러를 밑돌았다.

메타의 실적 악화 요인 중 하나는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에 따른 여파다. 애플은 지난해 4월 아이폰 앱에서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하도록 한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 영업이 어려워졌고, 메타 측은 이로 인한 매출 손실액이 100억달러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디미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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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페이스북의 이용자수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4분기 일간 활성사용자(DAU) 수는 19억300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100만명이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특히 SNS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이 뉴스피드 보단 '틱톡'류의 숏폼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해 이용자수 감소는 물론, 이용 시간 감소로 인한 광고 수입 타격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타가 반전 카드로 내세운 메타버스 사업은 당분간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의 가상·증강현실(VR·AR) 등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 부문은 신규 인력 대거 영업과 연구개발(R&D) 비용 상승으로 지난해 약 102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오큘러스 인수 금액의 5배,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메타는 기존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아직 설익은 메타버스 신사업에 메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자산관리업체 하그리브즈 랜즈다운의 수석 애널리스트 수재나 스티리터는 "결국 메타는 메타버스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이를 준비해야만 한다"며 "그게 투자자들이 메타에 '싫어요'를 주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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