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최대 화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될 전망이다.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며 클라우드가 보편적인 시스템이 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SW 기업들이 SaaS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SW 기업들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올해를 SaaS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SaaS는 PC나 서버같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설치 없이도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다면 클라우드에 설치된 SW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설치가 간편한 것은 물론, 업데이트 및 수정도 즉각적으로 가능해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진다. 또 구독형 또는 사용량에 따라 월·연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낮아 부담이 없는 것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교체 주기도 원하는 대로 선택 가능하다. 

그간 국내 SW 산업은 자체 구축 또는 시스템 통합(SI)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낮은 수익성에 시달려왔다. 이 같은 방식은 ▲가격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하도급을 중심으로 한 인건비 삭감 ▲무보수 추가 사업 요구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또 구축 후에도 유지·보수를 위한 별도 상주 인력을 배치해야 했으며, 신규 업데이트 적용을 위해 시스템을 중지시키는 등 비효율성도 수반됐다.

업계 관계자는 "SI 사업의 경우 낮은 단가로 중소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며 "저가에 개발자를 갈아내는 방식으로 기술적 경쟁력도 갖추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SW 업계는 SaaS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형태와 달리 SaaS는 인건비, 유지·보수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인데다 구독형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며 "가격보다는 성능이 경쟁력인 SaaS가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aaS 사업 힘주는 SW 기업들

연초부터 SW 기업들은 SaaS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사업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표 SW 기업인 한글과컴퓨터는 글로벌 SaaS 사업 추진을 위한 해외법인 설립에 나섰다. 이 회사는 글로벌 SaaS 전문기업 케이단 모바일(KDAN Mobile)과 싱가포르 법인 '한컴홀딩스'를 공동설립하고 이를 거점 삼아 글로벌 SaaS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한컴은 한컴홀딩스를 통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및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분야 기업들을 인수하고 SaaS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컴과 케이단 모바일의 API 및 SDK를 통합해 한컴홀딩스를 글로벌 SaaS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오는 2024년까지 한컴홀딩스 해외상장에 나선다.

미들웨어 분야 국내 선두기업인 티맥스 그룹도 SaaS 전문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티맥스는 연봉 일괄 인상과 최대 50% 성과급 지급 등 파격적 성과 보상 체계를 마련한데 이어, 일반 소비자 시장(B2C) SaaS 연구분야를 핵심으로 한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그룹은 이를 통해 기업간(B2B) 중심 시스템 SW 기업을 넘어, B2C까지 아우른 SaaS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티맥스 그룹사 티맥스A&C는 SaaS 솔루션을 개발·보유하고 있는 ▲티맥스AI ▲티맥스클라우드 ▲티맥스와플 ▲티맥스오피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향후 관련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SaaS관련 사업은 티맥스A&C 자회사들이 중심이 되는 형태"라며 "SaaS에 필요한 플랫폼이나 미들웨어 등 인프라를 그룹 내 다른 관계사들이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 선두기업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지난 2011년부터 SaaS 사업을 이어왔다. 이 회사는 중소·중견기업 등에서 사용하는 ERP 제품을 SaaS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SaaS형 비즈니스 플랫폼, 그룹웨어, 정보보안, 클라우드팩스 등 다양한 분야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차세대 ERP솔루션 'ERP 10' ▲클라우드 비즈니스 플랫폼 '위하고(WEHAGO)' ▲올인원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아마란스 텐(Amaranth 10)' 등이 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클라우드와 SaaS 사업을 오래 전부터 이어온 만큼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상황"이라며 "올해도 기존에 보유한 핵심 솔루션들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SW 업계 SaaS 들고 공공시장 두드린다

올해에는 공공부문의 민간 SaaS 도입을 늘리기 위한 업계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SaaS추진협의회'를 출범하고 클라우드 기반 SaaS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협의회는 국내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기업 베스핀글로벌이 회장사를 맡았으며 메가존클라우드, GS네오텍,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국내 SaaS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달 올해를 SaaS 기반 산업 구조 혁신 전환의 원년 만들기 위해 1분기 내 '프로젝트 100'(SaaS 보유 및 전환 기업 100개 모집) 사업을 마무리하고 공공부문 SaaS 활성화 및 SaaS 전환 기업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은 "올해에는 속도감 있는 활동 전개를 위해 임원사 중심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정부 제안 및 컨퍼런스 개최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국내 SW 시장 확대와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협의회 차원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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