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넘는 연구조직 '인랩' 운영하는 넥슨
PC-모바일-콘솔 아우르는 통합계정 개발에 착수
핵과의 전쟁, 매칭시스템 고도화도 맡겨둬
NFT나 P2E 등 블록체인 접목은 '글쎄'

최성욱 넥슨 퍼블리싱라이브본부장 /사진=넥슨 제공
최성욱 넥슨 퍼블리싱라이브본부장 /사진=넥슨 제공

국내 톱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에는 특별한 조직이 있다. 특정 게임 개발팀에 속해있는 인력은 아니지만, 게임에 적용되는 부가기능을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개발을 연구하는 '인텔리전스 랩스'라는 조직이다. 넥슨의 핵심 개발인력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강대현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이 조직의 규모는 무려 500명이 넘는다. 

도대체 이 많은 인력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을까. 사실 외부로 많이 알려진 내용이 없다. 넥슨 관계자들에게 물어도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 외에도 개인화 메시지, 광고 효율화, 영상 추천을 비롯해 게임 플레이와 연계된 유저 경험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이 오곤 한다. 


매일 아침 '인랩 보고서'...모든 커뮤니티 글을 살필 수 있다

때마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론칭을 앞두고 있는 최성욱 넥슨 퍼블리싱라이브본부장과의 인터뷰 자리가 있어 인텔리전스 랩스가 구체적으로 실제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을 수 있었다. 넥슨 내부에서는 인텔리전스 랩스를 줄여서 '인랩'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넥슨 제공
/사진=넥슨 제공

 

최 본부장은 "인랩없이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말을 꺼냈다. 우선 매일 아침 출근하면 인랩의 보고서를 받게 된다는 것. 전날 있었던 게임 내 이슈에 대한 일종의 '모닝 브리핑'이다. 인랩의 솔루션을 통해 국내 모든 게임 커뮤니티의 글들을 모니터링한 결과물이 보고서에 담긴다.

최 본부장은 "이용자들과 소통의 시작점이 이 보고서가 아닐까 싶다"며 "전날 던파 모바일 모든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 예를 들면 '강화'나 '밸런스' 같은 글들의 노출 빈도를 시각화해서 보여주기 떄문에 특정 이슈에 대해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물리적으로 모든 글들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인랩의 분석툴을 통해 이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랩의 보고서는 던파 모바일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넥슨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모든 게임에 인랩의 보고서가 활용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신청만 하면 바로 제공되기 때문에 안하는 게임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PC-모바일-콘솔 아우르는 통합계정 작업도 진행 중

이 외에도 인랩은 넥슨 게임을 하나로 묶는 작업도 하고 있다. 바로 PC부터 모바일, 콘솔까지 크로스 플레이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따로 따로 가입하던 이용자들의 계정을 어떻게 하면 통합한 한 계정으로 합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도 인랩이 진행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PC와 콘솔 크로스플레이는 이미 너무 당연하고, 프로젝트 매그넘같은 경우는 여기에 모바일과 스위치까지 가능하도록할 생각인데, 어떻게 계정을 연동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며 "인랩과 함께 모든 플랫폼을 한 계정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계정 준비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매그넘/사진=넥슨 제공
프로젝트 매그넘/사진=넥슨 제공

최성욱 본부장은 이미 플랫폼을 나눠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PC냐 모바일이냐, 콘솔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어떤 플랫폼으로 접속하든 동일하게 재밌는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게임사의, 넥슨의 역할이라는 것이 최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용자는 어떤 플랫폼에서든 접속만 하면 하던 게임을 그대로 옮겨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우리 게임을 하려면 넥슨포털에 꼭 가입하셔야 합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넥슨포털이든, 스팀이든, 엑스박스든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랩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고 최초 접속할때 고유의 코드를 부여하는 형태로 통합계정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과의 전쟁'...인랩이 선봉장

또 인랩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핵'과 '매칭시스템'이다. 요즘 게임은 그야말로 핵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특히 넥슨이 준비하고 있는 루트슈터 장르의 경우, 핵을 제대로 방어하지 않으면 게임의 재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용자간 매칭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 비슷한 실력의 이용자를 매칭해주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기 떄문이다. 

최 본부장은 "사실 완벽한 핵 방어는 없는 것 같다. 막으면 뚫고, 또 막고, 또 뚫고의 반복이다"라며 "끊임없는 전쟁인데 이를 인랩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인랩과 발맞춰서 핵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그에게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의 게임 적용에 대해 물었다. 최근 게임업계에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 접목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랩은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의 접목에 대해 연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소위 플레이투언(P2E)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게임이나 게임 내 NFT를 적용한다면, 인랩이 관련 기술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최 본부장은 아직 외부에 이와 관련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넥슨 측은 "NFT 관련 사업에 대한 넥슨의 최우선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전달하는 것으로, 서둘러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안전과 재미를 겸비한 이용자 경험을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NFT 관련 사업을 자사의 IP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확정된다면 이후 더 자세히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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