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사진=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사진=CJ ENM

 

CJ ENM과 KT가 작심하고 콘텐츠 동맹을 맺었다.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이하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들여 지분을 투자, 콘텐츠 공동 기획 및 제작 등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소위 말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같이 발굴하겠다는 전략인데, 이를 유통하는 채널로서 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 우려를 일소하고 새로운 모멘텀을 발굴하겠다는 CJ그룹의 의지가 엿보인다. 


CJ ENM,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투자

'콘텐츠 동맹'의 첫 걸음으로 CJ ENM은 21일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CJ ENM 관계자는 "스튜디오지니 투자는 tvN, OCN 등 CJ ENM 캡티브(편성) 채널과 OTT 티빙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지니는 이번 CJ ENM과의 전략적 제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CJ ENM은 KT가 그간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서 다져온 경쟁력과 노하우, KT그룹이 보유한 미디어 밸류체인 내 그룹사와의 시너지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KT그룹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 컨트롤타워로 설립된 스튜디오지니는 스토리위즈(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밀리의 서재(독서 플랫폼), 지니뮤직(음원 스트리밍)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어 다양한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투자로 CJ ENM은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상당수 물량의 콘텐츠에 대해 우선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지니는 CJ ENM의 영향력 있는 채널과 OTT 티빙 유통망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또 CJ ENM은 스튜디오지니와 드라마 등 콘텐츠 공동 기획·제작도 추진한다. 양사는 스튜디오지니가 확보한 양질의 기획안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작 콘텐츠 공동 제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양지을 공동대표와 이명한 공동대표 /사진=티빙 제공
(왼쪽부터) 양지을 공동대표와 이명한 공동대표 /사진=티빙 제공

 


콘텐츠 연합군 결성하는 CJ ENM...웃는 '티빙'

CJ ENM은 KT외에도 국내외 굴지의 콘텐츠 기업과 제휴를 통해 일종의 '콘텐츠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메이저 종합 미디어그룹 바이아컴CBS(現 파라마운트)와의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올해 초에는 약 9300억원을 들여 미국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완료했다.

이밖에도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그룹,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기업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CJ ENM은 작년에만 모호필름, 엠메이커스, 밀리언볼트 등 제작사를 인수했다. 기존 자회사인 JK필름, 블라드스튜디오, 본팩토리 그리고 스튜디오드래곤의 자회사 문화창고, 지티스트, 화앤담픽쳐스, KPJ 등 CJ ENM은 산하에 다양한 제작사를 두고 있다.

다량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록 이를 유통하는 채널의 존재감도 커지는 법. CJ ENM은 tvN, OCN 캡티브 채널과 OTT 티빙이라는 채널을 쥐고 있다. 특히 티빙은 방송채널이 아닌 OTT로서 글로벌 직접 진출도 가능해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를 표방하는 CJ ENM으로서는 자연스레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바이아컴CBS는 상반기 티빙 내에 '파라마운트 플러스 브랜드관'을 론칭할 예정이고,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또한 티빙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J ENM)은 2조원 기업가치에 도달한 티빙 및 현지 사업자 제휴를 통해 콘텐츠 자체 OTT 글로벌 공개 역량이 갖춰졌다"며 "엔데버를 통한 글로벌 콘텐츠 공급능력이 격상됐으며, 자체 제작 콘텐츠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릴리스하는 역량을 갖출 전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티빙은 2억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한 라인과 손잡고 올해 일본,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등 주요 거점 국가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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