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제페토
사진=네이버 제페토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덕분에 네이버와 로블록스 등 국내외 게임-인터넷 기업과의 합종연횡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줄서기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선 것.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뽐낼 수 있는 '패션'이 메타버스 세계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구찌 브랜드 관련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찌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 피렌체 본사를 배경으로 한 가상 매장 '구찌 빌라'를 제페토에 열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에 직접 구찌 패션 아이템을 착용해 볼 수 있다. 이용자풀이 상당수 축적되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뽐내기 위해 가상공산 내 명품 구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1년새 구찌의 제페토 활용 성과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10만~100만원대 상품이 다수 팔린데 이어, 지난 3월 들어 네이버 제페토에서 열린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서울' 전시회에는 오픈 일주일 만에 46만여명이 몰렸다. 전시회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광고 효과를 누린 셈이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전세계 2억5000만명의 이용자가 즐기는 글로벌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해외 이용자는 90%에 이른다. 이 중 10%인 2500만명이 1만원씩만 소비해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 구찌와의 협업 덕에 제페토의 외연이 크게 확장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찌의 성공 사례가 확인된 후, 크리스챤 디올과 나이키, 컨버스, 노스페이스 등이 제페토 입점하며 패션 브랜드 상당수가 네이버 생태계에 속속 합류했다.

최근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 역시 글로벌 게임 흥행작 '포트나이트'를 통해 NFT 형식의 아이템을 발매했다. 발렌시아가 신발 모양의 '곡괭이' 아이템 등이 게임 속에서 인기를 끌었다. 발렌시아가는 포트나이트와 협업한 의류를 오프라인 매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선 메타버스 플랫폼 선호도가 성별과 연령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지만, 아바타를 꾸미고 싶다는 관심사는 일치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덴티티 확장을 위해 디지털 패션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 예컨대 제페토 유저의 2/3가 여성으로 이중 70%는 24세 미만으로 추정된다. 반면 포트나이트의 유저 88%가 남성으로 대부분이 24세 이상이다. 이와 반대로 로블록스 유저 대부분은 남성이지만 24세 이하가 많다. 각각의 성향과 타깃군은 다르지만, 아이덴티티 확장의 열망은 유사하다.  

실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Virtue Worldwide'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아바타를 가진 사람들은 30개 이상의 메타버스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패션을 구매하는 주된 이유는 고유한 아이덴티티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며 "디지털 패션과 아이덴티티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은 메타버스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브랜드에게 굉장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 메타버스 플랫폼과 링크가 생기는 NFT 프로젝트들과 패션브랜드를 주목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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