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대표/사진=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사진=CJ ENM

CJ ENM이 물적분할없이 새로운 콘텐츠 스튜디오를 설립,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전한다. 이날 설립된 'CJ ENM 스튜디오스(STUDIOS)'는 스튜디오 삼각편대의 한축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CJ ENM은  2016년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 최근 인수작업을 끝낸 美 엔데버 콘텐트 등 장르별로 특화한 스튜디오를 갖췄다. 


물적분할 철회한 CJ ENM, 신규 스튜디오 설립

CJ ENM은 5일 새로운 콘텐츠 스튜디오인 'CJ ENM 스튜디오스'를 신설하고, 하용수 CJ ENM 성장추진실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인설립을 완료했으며, 자본금은 700억원 규모다. 하 대표는 2009부터 CJ 그룹에 몸을 담으며 경영전략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해온 '전략통'으로 꼽힌다.

물적분할 이슈를 털어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CJ ENM은 지난해 11월 물적분할을 통한 신규 스튜디오 설립을 전했다. 당시 CJ ENM의 핵심 사업부인 콘텐츠 제작 기능을 뜯어내는 물적분할 결정에 소액 주주들은 반발했다. 대주주 이익 극대화에 물적분할이 활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 ENM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 신규출자를 통한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설법인은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기존 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물적분할 방식과 달리 현금출자를 택하면서 CJ ENM은 제작 역량과 관련한 유무형 자산을 신설법인에 제대로 이전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신설법인은 국내외 제작사의 추가 인수를 통해 스튜디오 제작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CJ ENM이 '전략통' 하용수 실장을 스튜디오스의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려있는 것. 

CJ ENM 스튜디오스는 국내외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겨냥한 멀티 장르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기획개발·제작하게 된다. 우수 크리에이터 영입과 제작사 인수 등에도 나설 예정이다. CJ ENM 스튜디오스의 사업 전략과 구체적인 라인업은 올해 상반기 내에 공개될 예정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 CJ ENM
강호성 CJ ENM 대표 /사진= CJ ENM

 


CJ ENM, 멀티스튜디오 '삼각편대'로 디즈니 추격

CJ ENM은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등 멀티 장르 중심의 스튜디오스, 국내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 제작을 담당하는 엔데버콘텐트 등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처럼 장르별로 특화된 다수의 스튜디오들을 산하에 두면서 콘텐츠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미 입증된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드라마 장르에서의 국내외 제작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사상 최대(32편)의 라인업을 공개한다. 글로벌 OTT향 콘텐츠 제작 비중도 키운다. 넷플릭스향의 소년심판을 시작으로 '셀러브리티', '도적', '늙은형사', '커넥트' 등의 콘텐츠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애플TV+ 편성을 확정지은 미국 현지 진출작 '더 빅 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도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엔데버 콘텐트는 美 현지에서 CJ ENM의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엔데버 콘텐트는 영화와 방송을 제작해 유통하는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다. 세계 19개 국가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폭넓은 네트워크와 유통망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은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인기 영화를 비롯해 영국 BBC 인기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 전 세계적인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프로젝트들의 투자 및 제작과 유통·배급에 참여했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국내외 OTT 플랫폼을 겨냥한 멀티 장르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기획개발·제작한다.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제작과 웹툰·웹소설을 포함한 원천 지식재산(IP) 개발, 콘텐츠 융합 등의 사업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리위즈(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밀리의 서재(독서 플랫폼), 지니뮤직(음원 스트리밍) 등을 갖춘 스튜디오지니와 570만명의 창작자, 10억개의 원천 콘텐츠를 확보한 네이버웹툰 등 지분제휴 관계사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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