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플링크 본사에서 만난 박주렁 플링크 디렉터(왼쪽)와 최필준 플링크 대표/사진=플링크 제공
지난 12일 플링크 본사에서 만난 박주렁 플링크 디렉터(왼쪽)와 최필준 플링크 대표/사진=플링크 제공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다 화상회의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는 그보다 더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죠. 플링크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하고자 합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이어진지도 어언 3년째다. 그동안 사람들은 대면 만남을 줄이고, 디지털 공간을 통해 대부분의 활동을 유지해왔다. 커뮤니케이션 방식 또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화상회의 솔루션은 기업과 학교에서 업무와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상회의 솔루션은 사람의 얼굴과 미리 준비된 자료화면만 보여준다. 대면 회의때는 화이트보드에 펜으로 써가며 설명할 수 있지만 화상회의에서는 힘들다. 이같은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기업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개발 기업 '플링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서울 봉천동 플링크 본사에서 만난 최필준 대표와 박주렁 디렉터는 음성과 텍스트가 전부인 화상회의 툴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상과외 선생님이 창업한 플링크

플링크 창업은 예상치 못한 일로 시작됐다. 군 전역 후 박주렁 디렉터는 국내 한 화상과외 서비스 업체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업체가 야반도주를 하며 임금이 체불됐고, 그는 소송을 진행하는 강사들의 대표가 됐다.

소송 과정에서 그는 강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으며 화상과외 서비스가 강사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비수도권 학생에게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채널이라는 것을 깨닫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최필준 대표도 당시 모인 사람 중 한 명이다.

박주렁 플링크 디렉터/사진=플링크 제공
박주렁 플링크 디렉터/사진=플링크 제공

지난 2015년 그들은 서울대학교 출신 선생님과 학생들을 매칭해주는 화상과외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구조인데다 필기를 위한 칠판, 자료 공유 등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최필준 대표는 "단순히 화상회의와 화면 공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서로 본인의 생각을 칠판이나 연습장에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하고, 웹사이트나 문서 파일 등을 즉시 가지고 오는 등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강의나 회의와는 조금 다른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페이지콜, 화상회의 솔루션 '줌' 뛰어넘는다

2년이 지난 2017년, 그들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 '페이지콜(Pagecall)'을 개발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 교육 시장이 부상하며 플링크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2개에 불과했던 고객사가 20여곳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사용량은 5000만분을 돌파했으며, 누적 투자유치액 또한 50억여원을 넘었다.

플링크는 페이지콜을 단순한 화상회의 솔루션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이라고 이름 붙였다. 단순히 음성과 텍스트만을 활용해 회의에 특화된 기존 솔루션과는 달리 다양한 기능을 바탕으로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페이지콜은 '화이트 보드' 기능을 통해 ▲참여자간 실시간 동시 필기 ▲자동녹화 ▲실시간 채팅 및 음성 ▲영상·이미지·PDF·MS오피스 문서 공유 ▲오디오 및 영상 동시시청 등을 제공하고 있다.

페이지콜 시연장면/사진=플링크 제공
페이지콜 시연장면/사진=플링크 제공

화이트 보드 기능은 '델타 캔버스' 기술로 구현했다. 이는 화이트 보드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를 실시간 동기화한다. '웹 GL(Web GL)'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필기를 구현하고, '웹 RTC(Web RTC)'로 멀티미디어 통신 데이터의 싱크를 맞게 보여주는 등 여러 기술이 결합돼있는 형태다.

쉽게 말해 참여한 구성원들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생성하는 드로잉, 확대·축소, 영상 파일 재생 및 정지, 문서 업로드·삭제 등 여러 행위가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필기를 하거나 자료를 공유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중첩되거나 유실돼 오류가 나는 일도 없다. 또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없이 브라우저를 통해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삼성·애플 등 사용기기 호환 문제도 없다.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종료되면 결과물이 휘발되는 기존 솔루션과는 달리 페이지콜은 결과물을 기록하고 저장해 향후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주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박주렁 디렉터는 "기술적으로 가장 특별한 점은 실시간으로 필기같은 행위들이 동기화 되는 부분"이라며 "MMORPG 처럼 실시간으로 같은 공간에 들어와 뭔가를 조작하고 동시에 각자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잘보일 수 있도록 구현돼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 AWS로 자리매김

페이지콜은 비대면 과외 서비스를 운영하는 설탭, 콴다과외, 풀리, 디쉐어, 개념원리, 수파자 등 약 20여개 기업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페이지콜 솔루션이 생산성을 도와주는 SaaS가 아닌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비즈니스 오픈시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설탭은 페이지콜 도입 후 서비스 오픈 약 2년만에 14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수파자 또한 약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 대표는 솔루션 구축의 편의성과 경제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기능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유지·보수부터 업그레이드까지 별도 비용없이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들은 자체 개발팀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원하는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최필준 플링크 대표/사진=플링크 제공
최필준 플링크 대표/사진=플링크 제공

그는 "신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업체는 페이지콜을 통해 영상 통신, 전자칠판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팀 없이 즉각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함과 동시에 본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들의 빠른 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사업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대표는 "많은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온라인을 통해 여러 이점을 경험한 사람들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찾아올 또다른 전염병에 대비해 공기관과 기업들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6G와 같은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점차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사업 방향성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중·고등 입시교육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플링크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도전도 준비 중이다. 현재 회사가 관심을 갖는 시장은 일본 시장이다. 이미 일본 현지 컨설팅 회사와 일본 시장의 상황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리서치를 마무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탐구에 집중하고 해외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일본 사교육 시장이 9조원인데다 고입 입시가 치열한 상황으로 이미 일본에서 줌 솔루션 등을 통해 중소 규모로 온라인 과외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가 있다"며 "또 태블릿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물론, 유지 보수 측면에서도 시차가 없다는 점에서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