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재 AB180 CTO(왼쪽), 남성필 AB180 대표/사진=AB180 제공
정헌재 AB180 CTO(왼쪽), 남성필 AB180 대표/사진=AB180 제공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빼곡한 지하철 속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한다. 스크롤을 내리다 한 신발 광고에 시선이 집중된다.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제품이다. 통장 속 잔고를 떠올리다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구매 버튼을 누른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광고는 기업들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기업들은 매달 막대한 광고비를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 집행하는데, 한정된 예산을 적절한 채널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정확한 성과 측정이다.

'마테크'(마케팅과 기술의 합성어) 전문 기업 AB180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머신러닝(ML) 기반 광고 성과 기여도 분석 솔루션 '에어브릿지'로 수많은 국내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어떤 채널이 가장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결과를 제시한다.

지난 20일 서울 본사에서 만난 남성필 AB180 대표는 "AB180은 기업의 한정된 마케팅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채널이나 클릭 수, 조회 수 등 사용자 기기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를 AI·ML로 더 정확하게 분석해 최적화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공자들이 모여 창업한 AB180

AB180은 5명의 공동창업자가 모여 탄생했다. 독특하게도 창업자 모두 개발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 개발자다. 남성필 대표도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문과생이었지만 코딩 기술을 독학해 IT기술자로 거듭났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재를 발굴해 최고급 인재로 육성하는 과정이다. 남 대표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성필 AB180 대표/사진=AB180 제공
남성필 AB180 대표/사진=AB180 제공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공동창업자 중 2명을 만나 창업을 결심했고, 외부에서 2명을 영입해 지금의 AB180을 창업했다. 그러나 창업 초기 AB180은 지금과는 달랐다. 이 회사는 검색 엔진 솔루션 기업으로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사업을 전개하며 모바일 앱 내 콘텐츠는 웹사이트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사업 방향성을 틀었다. 이후 이용자들의 행동 데이터에 주목해 다시 한번 정체성을 바꿨다.

남 대표는 "향후 모바일 앱 시장이 커짐에 따라 앱 내 생태계가 더 노출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앱 안에 있는 콘텐츠를 노출시켜주는 '앱 인덱싱' 기술로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고객사로부터 앱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유입경로를 알려달라는 피드백을 받고 기업들이 광고비 집행 성과 측정과 효율화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 때부터 이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에 집중해 광고 기여도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웹-앱 성과 동시 측정 통합 솔루션 '에어브릿지'

현재 AB180은 ▲SK텔레콤 ▲이베이코리아 ▲지마켓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150여개 기업에 에어브릿지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창출되는 행동 데이터량만 해도 매일 20억건에 달한다. AB180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최초로 페이스북 파트너십 프로그램 2개 분야에 선정돼 페이스북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에어브릿지는 웹과 앱 성과를 동시에 측정하는 통합 서비스다. 기존 경쟁사들은 웹과 앱 성과 측정을 위해 각각 다른 솔루션을 사용하는 반면, 에어브릿지는 단일 대시보드에서 두 환경에 대한 성과를 동시에 측정하는 성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헌재 AB180 CTO/사진=AB180 제공
정헌재 AB180 CTO/사진=AB180 제공

남 대표는 "현재 국내 환경은 웹과 앱 모두 잘 구축돼 있고, 웹에서의 매출 비중이 낮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광고비를 웹과 앱으로 각각 집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가지는 웹과 앱을 다른 대시보드로 분석해야 했지만 AB180은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통합적 분석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AI·ML 기술 기반 통계학적 분석으로 정확도를 높인 점도 차별성을 갖는 대목이다. 남 대표는 "예를 들어 현재의 방식은 광고를 보고 신발을 구매하면 그 모든 매출이 신발 광고 기여도로 측정되는 방식"이라며 "이는 상관관계지 인과관계가 아니며, 전 세계에서 이같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몇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지막 강점은 바로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다. AB180 내부에는 33명으로 구성된 '고객 성공 매니저(CSM)' 조직이 있다. 이들은 처음 솔루션을 사용할 시 솔루션 온보딩, 사용법 교육, 사후관리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정헌재 AB180 최고기술경영자(CTO)는 "AB180 사업의 본질은 고객 성공(Customer Success)"이라며 "기업의 성공은 곧 성장이고, 성장은 행동부터 회고, 계획에 이르는 풀 사이클이 핵심인데 CSM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WS 손잡고 '마테크' 본고장 미국 시장 공략

올해 하반기 AB180은 마테크의 본산 미국 시장진출에 나선다. 처음부터 글로벌 표준을 맞추고 솔루션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국가든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에 수요 또한 충분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남 대표는 "솔루션은 애초에 국경이 없는 것으로, 글로벌 표준을 맞추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며 "미국에 가장 많은 SW기업이 있고, 발전된 SW 앱을 만드는 회사도 많아 미국 시장에서 저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2월 'AWS ISV 액셀러레이트' 등록을 마쳤다. AWS ISV 액셀러레이트'는 AWS 상에서 실행하거나, 통합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직을 대상으로 한 공동 판매 프로그램이다. 

AB180은 AWS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객사 소개, 마켓플레이스 확장 등이 이뤄지면 공동 판매는 물론, 직접 구매도 가능해진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AB180은 지난 2월 미국 지사를 설립했으며, 일부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첫 걸음을 떼고 있다. 

향후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고객 성장의 풀사이클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남 대표는 "광고 성과 분석 분야 내 현행 솔루션들이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가진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악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해 의사결정을 도와주고 더 효용을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 CTO는 "저희의 비전은 고객의 성장 풀사이클을 지원하는 회사"라며 "기업간(B2B) 회사로는 유의미한 꿈"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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