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사진=AWS 제공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사진=AWS 제공

"지금부터 10초 카운트 세겠습니다. 10, 9, 8, 7..."

마지막 카운트를 세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키보드 위를 오가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는 진지한 눈빛이 보는 사람 손에도 땀을 쥐게 만든다.

지난달 28일 서울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금융권 개발자를 대상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게임데이'가 개최됐다. 게임데이는 AWS 아키텍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게임화된 가상환경으로 구현하고, 이를 AWS 솔루션 기반으로 해결하는 대회다. 팀 단위로 진행되며, 미션을 해결 시 부여되는 포인트를 합산해 우승팀을 가린다. 


테크핀부터 보험사까지 개발자들 총 집합

이번 행사에는 테크핀부터 은행사, 보험사까지 국내 대표 금융기업 개발자들이 팀을 꾸려 참가했다. 참가 기업은 ▲피플펀드 ▲삼성화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증권 ▲토스뱅크 ▲케이뱅크 ▲NH농협은행 ▲교보생명보험 ▲KB국민카드 등 총 10개사다.

이번 행사는 AWS코리아가 독자 주최한 첫 게임데이로, AWS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서비스를 활용해 4시간 안에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사진=AWS 제공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사진=AWS 제공

개발자들은 사내 데이터 과학자의 갑작스러운 퇴사, 유료 VIP 서비스 출시, 렌탈 웹사이트 다운 등 3가지 상황에서 발생한 이슈를 '아마존 포캐스트(Amazon Forecast)',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와 같은 AWS 솔루션을 활용해 해결한다.

AWS 관계자는 "지난 2019년 규제가 개선된 이후 금융권 클라우드 사용이 가능해졌고, 이후 많은 회사에서 클라우드 도입 및 운영을 시작했다"며 "클라우드 환경에서 다양한 알고리즘을 실험하고 ML모델을 활용하는 게임데이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과 역량, 노하우가 쌓였다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1등 피플펀드 "목표는 디펜딩 챔피언"

모든 미션이 종료된 후 우승자를 발표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긴장감을 털어내려는 듯 양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순위 발표를 기다렸다. 수많은 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 속에서 최종 우승자를 호명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축하드립니다! 피플펀드 '뮤우링' 팀!"

피플펀드 '뮤우링' 팀은 전원이 ML 엔지니어로 구성돼있다. 지난 2015년 탄생한 피플펀드는 개인 신용대출 및 아파트 담보 대출 등 소비자 금융 상품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기업이다.

조경제 피플펀드 ML엔지니어는 "오늘 게임데이 참가 전만 해도 다른 회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라 회사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목표로 왔다"며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플펀드 뮤우링' 팀/사진=AWS 제공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플펀드 뮤우링' 팀/사진=AWS 제공

피플펀드 팀은 우승 비결로 신뢰와 분업을 꼽았다. 진승정 피플펀드 ML엔지니어는 "처음부터 팀원들을 믿고 분업을 한 덕분에 우승하게 된 것 같다"며 "처음부터 상위권에 있었는데 다른 팀들이 치고 올라오는 걸 보고 마지막까지 가슴이 떨렸다"고 말했다.

실제 업무에서 아마존 세이지메이커와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유지훈 엔지니어는 "엄부에서 세이지메이커나 다른 AWS 서비스를 사용 중"이라며 "게임데이를 통해 실제로 동작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보니 재밌었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열릴 게임데이에서도 회사는 1등자리를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정무 피플펀드 ML엔지니어는 "목표는 당연히 디펜딩 챔피언"이라며 "피플펀드의 목표는 금융권에서 AI를 가장 잘하는 회사기 때문에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삼성화재·카카오페이 설욕전 나선다

2위와 3위는 삼성화재 '착착착' 팀과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종료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 방'으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삼성화재 팀은 종료 20분을 남겨놓고 챗봇을 새로 만들어 10위에서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김한빈 삼성화재 디지털전략그룹 데이터분석 PD는 "챗봇 구축 미션을 진행하다가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종료 20분 전에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다"며 "이걸 성공하면 2등이고 실패하면 11등이라는 생각에 너무 긴장됐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에서 2위를 차지한 삼성화재 '착착착' 팀/사진=AWS 제공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에서 2위를 차지한 삼성화재 '착착착' 팀/사진=AWS 제공

카카오페이 팀은 마지막 미션을 통해 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조은비 카카오페이 ML 엔지니어는 "처음에는 1등을 하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상황이 달랐다"며 "거의 맨 밑에 있었다가 마지막 과제를 통해 역전하게 됐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양사는 다음 게임데이에선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특히 두 팀 모두 패착요인으로 인원 수 부족을 꼽았다. 순위권 3팀 중 팀원이 4명인 곳은 피플펀드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남걸 삼성화재 데이터분석 PD는 "저희가 인원이 3명인데 2등이기 때문에 4명이면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략적 접근을 통해 다음 대회에서 1등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에서 3위를 차지한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팀/사진=AWS 제공
지난 28일 AWS코리아 역삼 센터필드 사옥에서 열린 'AWS 게임데이'에서 3위를 차지한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팀/사진=AWS 제공

조은비 카카오페이 ML엔지니어 또한 "원래 팀에 에이스 한 분이 더 계시는데 몸이 갑자기 안좋으셔서 원래 할 수 있었던 1등을 놓쳤다"며 "실제 업무에서도 세이지메이커를 이용해서 ML과 파이프라인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작업 하고 있는 만큼 다음 게임데이에는 1등을 거머쥐겠다"고 강조했다.

AWS코리아는 올해 금융권 대상 게임데이를 추가로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추후에는 다른 IT업종으로도 게임데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노경훈 AWS 금융고객팀 총괄은 "금융권 개발자들이 다른 IT업종에 비해 과소평가 받는 측면이 있었다" 며"오늘 게임데이를 진행해보니 기술 이해도와 실력 모두 뛰어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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