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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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11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개발자 대회 '구글 I/O 2022'에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태블릿 등 하드웨어 기기를 대거 선보였습니다. 검색창 하나로 세계 인터넷 시장을 지배한 구글이 왜 갑자기 하드웨어 시장까지 군침을 흘리게 됐을까요?


'픽셀'은 보급형? 이제 좀 다를걸

구글은 이날 첫 스마트워치 '픽셀워치'를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7' 시리즈와 함께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선보인 '픽셀 6'의 저가형인 '픽셀 6a'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무선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를 오는 7월 선보일 예정입니다. 구글은 내년에 '픽셀 태블릿'을 내놓으며 태블릿 시장에도 복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안드로이드'로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구글은 과거 2012년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직접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노려봤지만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후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헐값에 매각한 구글은 다시 2017년 대만 HTC의 '픽셀' 제조개발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스마트폰 사업의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구글 '픽셀6' / 사진=구글
구글 '픽셀6' / 사진=구글

이후 픽셀 시리즈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2020년 출시된 '픽셀5'만 해도 구글의 최신 OS와 인공지능(AI) 기능들을 탑재했지만, 스마트폰 자체로 놓고 보면 평범한 중저가폰 수준이었습니다. 밍숭밍숭한 디자인에 애매한 스펙은 구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구글의 눈빛이 약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픽셀6' 시리즈는 과감한 후면 디자인과 자체 칩셋 '텐서', 높은 카메라 성능 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록 출시 초기 버그가 쏟아져 나오며 혹평을 받았지만, 새로운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써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애플, 기다려

올해 구글의 스마트폰 시장 공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픽셀7' 시리즈에는 차세대 텐서 칩셋을 탑재해 AI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전망입니다. 구글은 이번 I/O에서 사람의 말을 더 잘 알아듣는 AI 언어모델과 이미지 분석 기능, 증강현실(AR) 기술을 대거 선보였는 데, 이런 기능들을 픽셀7을 통해 서비스로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와 함께 구글은 픽셀 워치·버즈·태블릿 등의 주변기기를 선보이며 생태계도 강화합니다. 이에 발맞춰 이번 I/O에서는 삼성과 협력해 되살린 스마트워치용 '웨어OS'와 더불어 한동안 버려졌던 태블릿용 안드로이드 OS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또 애플처럼 모바일 제품 간 연동을 강화하고 심지어 가전과 자동차까지 연결하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구색만 놓고 보면 애플이나 삼성에 못지 않은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셈입니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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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만 있다고 다 팔리는 건 아니지만, 만약 픽셀 시리즈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될 경우 구글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등 'CPND'를 아우르는 막강한 생태계를 확보하게 됩니다. 독자적인 플랫폼과 하드웨어 생태계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애플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구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실력 발휘 할까

구글은 그동안 모바일 시장의 70%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경 등으로 데이터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습니다. 실제 메타(구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로 인해 막대한 실적 손실을 겪으면서 회사가 휘청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에 구글도 더 이상 하드웨어 사업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회사들을 인수하며 기본적인 역량은 갖춰놨고, 웨어OS나 텐서 협력 사례에서 보듯 파트너사인 삼성전자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구글이 직접 경쟁자로 등장하는 걸 꺼렸지만, 애플의 약진으로 안드로이드 제품이 점점 저가형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이제는 생태계를 같이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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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같은 제품 완성도와 브랜드 인지도, 글로벌 공급망 등을 갖추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이 사활을 걸고 부딪힌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두 거인의 대결을 가운데서 지켜보는 삼성전자의 행보도 흥미롭습니다. 세트에선 경쟁사지만, 구글은 갤럭시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협력사고, 양쪽 모두 부품 사업에선 고객사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정말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만들 수 있을 지, 주의깊게 지켜 볼 시점입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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