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감염병 사태가 이어진 지난 3년간 물류 산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좁아진 활동반경과 만남의 제약으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해 배송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물류량 또한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아진 위상과는 별개로 물류 산업은 농업보다도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아날로그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급격한 성장에 비해 여전히 과거 방식을 답습하며 고비용·저효율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같은 점에 주목한 카카오·KT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잇따라 출시하며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보다 앞서 시장에 진출한 삼성SDS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어 관련 시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반 플랫폼 내세운 IT기업들

15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KT·삼성SDS 등의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앞세워 물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3일 판매·주문·창고 관리 등을 돕는 디지털 물류 생태계 플랫폼 '카카오 아이 라스(Kakao i LaaS)'를 출시했다. 

김원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aaS 사업부문장이 화주와 회원사 간 연결을 통해 새로운 물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Kakao i LaaS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제공
김원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aaS 사업부문장이 화주와 회원사 간 연결을 통해 새로운 물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Kakao i LaaS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제공

서비스로서의 물류를 뜻하는 LaaS는 여행객과 숙박업체를 연결해주는 '에어비앤비' 같은 역할을 한다. 화주(화물업체)와 회원사(물류센터)간 연결·매칭을 지원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서비스로 수십 개의 쇼핑몰 주문을 한 번에 수집해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으로 창고관리를 돕는 방식이다.

화주는 매칭 서비스로 최적의 물류센터를 사용할 수 있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주문부터 창고 및 재고 관리, 배송 등 전 단계에 걸친 정보에 대한 가시성을 얻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브로캐리 서비스 개념도/사진=KT 제공
브로캐리 서비스 개념도/사진=KT 제공

KT 또한 디지털 물류 플랫폼 전문기업 롤랩을 통해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9일 이 회사는 AI기반 화물중개 및 운송 서비스 '브로캐리'를 선보였다.

브로캐리는 화물을 발송하는 화주와 운송을 담당하는 차주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기반으로 개발한 매칭 플랫폼을 통해 화주가 화물중개를 등록하고, 차주가 중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화주에게는 요금 및 차량 매칭 최적화, 정산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주에게는 맞춤형 물량을 제공해 공차 운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KT그룹 금융 계열사 BC카드, 스마트로와 손잡고 운송 완료시 익일 운임 지급을 보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오구일 삼성SDS 물류사업부장 부사장이 1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첼로 스퀘어 컨퍼런스(Cello Square Conference) 2022’ 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SDS 제공
오구일 삼성SDS 물류사업부장 부사장이 1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첼로 스퀘어 컨퍼런스(Cello Square Conference) 2022’ 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삼성SDS 제공

여기에 디지털 물류 서비스 '첼로 스퀘어'로 시장을 선점한 삼성SDS도 최근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중국 서비스 오픈 및 글로벌 물류 플랫폼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첼로 스퀘어는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물류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AI·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접목해 화물 위치 및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운송 완료 후에는 맞춤 분석 리포트로 물류비 절감과 효율화 방안까지 제공한다.

이와 함께 AI 기반 업무자동화 솔루션 '브리티RPA(Brity RPA)'로 세금계산서 등 각종 문서를 발급하고, 물류 트래킹을 자동화할 수 있다. 또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브라이틱스 AI'로 도착 항만 혼잡도를 예측해 정확한 선박 도착 예정일을 화주에게 제공한다.


IT기업이 물류에 도전장 던진 이유

이들이 디지털 물류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빠른 성장속도 ▲높은 DT 수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가능성 등이 깔려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제5차 국가기본물류계획'에 따르면 국내 물류업 규모는 지난 2019년 92조원에서 오는 2025년 116조원, 2030년에는 1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5차 국가기본물류계획 내 국내 물류업 규모 전망/사진=제5차국가기본물류계획 자료
제5차 국가기본물류계획 내 국내 물류업 규모 전망/사진=제5차국가기본물류계획 자료

시장 성장속도에 비해 DT진행도는 더딘 모습이다. '중후장대'로 표현되는 대다수의 전통산업과 마찬가지로 물류는 IT와는 거리가 먼 산업 중 하나다. 복잡한 중간 과정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폐쇄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DT에 대한 이해는 물론 활용도 또한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항공·해상 운임이 비용 급증하고, 글로벌 공급망 마비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DT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실제로 국제무역통상연구원(KITA)이 무역업체 물류담당자 4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출입물류 디지털전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 DT를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은 18.1%, 적극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디지털 물류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는 11.9% 수준에 불과했으며, 적극적으로 이용 중이라는 응답도 8.7%에 불과했다.

국내 물류업계 디지털 플랫폼 인식 조사/사진=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
국내 물류업계 디지털 플랫폼 인식 조사/사진=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

한편 물류산업 내 DT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59.5%였으며, 특히 디지털 물류 플랫폼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0.8%, 향후 적극 사용할 계획이라는 응답도 5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KT·삼성SDS 등 IT기업들은 이같은 수요를 적극 공략해 '무주공산'에 가까운 물류 DT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장단계가 극 초기인 만큼 경쟁보다는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서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KT관계자는 "물류자체는 오래된 산업이지만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는 극 초기인 상황"이라며 디지털 물류는 새로운 파이인 것으로, 시장 규모를 키워 서로 성장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SDS 관계자 또한 "디지털 물류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시장 전체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도 결정적인 이유다. 카카오의 경우 금융, 결제, 라이브커머스 등에 물류 역량을 더할 수 있으며, KT는 단말 등 장비 운송 측면에서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KT관계자는 "디지털 물류 사업의 경우 내부적으로 단말이나 장비 등을 운송하는데 있어서 최적화 고민이 있었다"며 "수요와 공급의 변동성이 큰 특성이 있다보니 가장 수요가 많은 곳에 적절한 물랴을 배정하는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아마존과 쿠팡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물류는 이커머스의 핵심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며 "커머스의 혁신을 오히려 물류 서비스 혁신과 접목해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