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눈먼 커뮤니티 탓에 사태 일파만파
외부소통 차단한 권도형...신현성-두나무도 떠났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산하 가상자산의 합산 시가총액이 100조원이 넘겼던 블록체인 '테라'가 불과 일주일새 휴지조각이 되버리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국내 피해규모만 이미 수십조원에 달하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전세계로 넓혀보면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상기될 만큼, 천문학적 규모다. 단순 폭락을 넘어 블록체인 시장에 머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제 테라를 등지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엔 테라폼랩스의 유일한 권력자 권도형 대표가 있다. 탈중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독선적인 그의 경영방식이 오늘날의 테라 사태를 키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90% 가량 가격이 폭락해 전세계 자산시장을 휘청이게 한 루나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진 권 대표와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했다. 애플에서 인턴십을 거친 후 애니파이를 설립하며 스타트업 시장에서 이목을 끈 권 대표는 신 의장과 의기투합, 테라폼랩스를 설립한다. 이후 외부 활동은 신 의장이, 내부 이슈는 권 대표가 챙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신 의장은 과거 박정희 정부에서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신직수 씨의 손자로 언론 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스킨쉽도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제는 각자 걸어온 길이 다른 두 사람의 의견대립이 극심했다는 점이다. 테라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코인 발행량을 두고 두 사람의 갈등이 심화, 사실상 지난 2020년부터 신 의장은 테라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테라가 크게 성공한 덕에 신 의장 역시 이를 활용한 측면이 있지만, 정작 의사결정에선 빠져있었다"고 귀뜸했다.

실제 지난 13일, 테라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신 의장이 주도하는 차이코퍼레이션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차이는 지난 2019년 테라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연구하고 협업해왔지만, 지난 2020년 양사의 파트너십은 종결됐다"며 현 테라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신 의장이 상당수의 루나를 보유했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는 차이코퍼레이션과 티몬 등의 신사업에 테라를 활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테라의 방향성에 대해선 한발짝 물러나있었다는 얘기다.

사실 테라는 론칭 초기, 결제서비스의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가상자산의 극심한 시세급등락을 제어하고 실생활에서 쓰이도록 하겠다는 것이 초기 전략이었다. 이는 간편결제로 스타덤에 오른 신 의장의 영향이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권 대표는 신 의장을 등지고 지난 2020년부터 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주는 디파이 서비스에 사활을 걸었다. 거듭된 규제로 결제사업의 활로가 막히자, 그는 국가간 규제를 뛰어넘는 미러프로토콜, 앵커프로토콜 등 디파이 코인 발행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루나틱'이라 불리는 루나의 투자자들이 탐욕에 불을 붙이며 오늘날 테라 사태의 규모를 키웠다. 담보금 이슈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도 권 대표는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며 조롱으로 일관했다. 루나 신봉자들은 이같은 권 대표의 '일방향 통치'를 적극 지지했다. 

무엇보다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도 권 대표는 줄곧 부정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루나틱의 절대 지지를 받았다. 기술적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힐난과 조롱은 테라 경영진의 내부 견제와 커뮤니티의 자성을 막았다. 사실상 권 대표가 루나틱 외 외부소통을 거부하며 사태를 키운 셈이다. 결국 지난 2021년 3월, 루나의 초창기 투자사인 두나무(두나무앤파트너스)마져 테라를 전량 매도하고 선긋기에 나섰다. 루나의 업비트 원화상장을 묻는 커뮤니티의 질의에 권 대표가 욕설로 응수했다는 풍문도 나돌았다. 

이때문에 시장에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전면 규제와 더불어 블록체인의 사상적 밑바탕으로 불렸던 탈중앙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커뮤니티의 절대적 충성 맹세가 견제받지 못한 권력을 만들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탈중앙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현행법으로 처벌이 어렵다지만, 각국 정부가 루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간단하게 일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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