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테라스 전경 /사진=무신사 전경
무신사 테라스 전경 /사진=무신사 전경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도 국내기업들이 잇따라 인사시스템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원격을 기반으로 한 뉴 노멀 근무제를 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최근 2년간 정부 방침에 따르거나 혹은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확대해왔던 기업들이 이달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사무실 출근 횟수를 줄이거나 재택근무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카카오, 당근마켓, 무신사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및 플랫폼 업계에서도 내로라할 만한 임직원 복지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IT·플랫폼 기업들은 제조업·금융권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도 근무제도 혁신, 파격적인 임직원 복지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방역당국의 '실외 거리두기 해제' 지침에 따라 새로운 근무제를 가장 빠르게 적용한 곳은 패션 플랫폼 1위 기업 무신사다. 무신사는 지난 2일부터 '주 3일 출근'을 골자로 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전격 시행하고 나섰다. 기존에는 정부 방침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택근무를 적용했다면, 5월부터 무신사 임직원들은 1주일에 3일만 사무실로 출근하면 되는 것이다. 

나아가 무신사는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4시간만 근무하는 '얼리 프라이데이'를 신설하고 오전 8시~11시 사이에 직원들이 알아서 출근 시간을 선택하는 자율 출근제도 확대·적용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서 임직원들의 근무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사시스템을 개편한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최대 IT 기업인 네이버도 이달초에 새로운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를 7월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매주 3회 사무실을 출근하는 것과 매일 상시 재택근무하는 2가지 중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최근 두번째 사옥까지 오픈하며 임직원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에 힘을 썼던 네이버가 올 하반기부터는 최대 주 5일 재택근무까지 가능하도록 파격적인 실험에 나서는 것이다.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제2사옥 '1784'/사진=네이버

 

카카오 역시 엔데믹 상황에서도 오는 6월까지 전면 재택근무를 유효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7월부터 새로운 근무형태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어떤 형태를 갖출지 확정짓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IT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와 경쟁관계에 있는 네이버가 주 3일 출근제 등의 인사제도를 개편한 것을 참고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보다 파격적인 근무제도 혁신으로 주목받는 기업들도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월부터 사실상 '주 4일제' 근무에 준하는 32시간 근무제를 발표했다. 당근마켓은 직원들이 스스로 재택근무 혹은 사무실 출근을 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업무 시작 시간을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SK텔레콤과 야놀자, 티몬 등은 거점 오피스 개념으로 임직원들이 사무실 외에 다른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원격근무제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IT·플랫폼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 개선에 나서게 된 데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제조업 혹은 금융 등 전통적 대기업과는 달리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결정을 토대로 삼고 있으며, 무엇보다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인이 8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위드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시행 및 지속여부를 조사한 결과 위드코로나 이전에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은 53%였지만, 엔데믹 이후에는 15%로 재택근무 실시 기업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이 중에서 재택근무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업종별 조사에서 정보통신/IT 업계가 2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네이버(커머스), 카카오(메신저 및 모빌리티), 당근마켓(중고거래), 무신사(패션) 등 분야별 버티컬 플랫폼 대표 주자인 기업들의 경우는 인재 확보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사제도 개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기업의 특성상 유능한 엔지니어(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보다 자율적이면서도 유연한 근무제를 갖추고 있어야 우수한 인재를 모셔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무신사, 당근마켓 등의 IT 기술 플랫폼 기업들은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 임직원의 복지 향상, 근무제도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스타트업 중심의 일하는 방식 혁신이 앞으로도 다른 기업들의 뉴노멀로 많이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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