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이후 韓 거래소 규제 강화 분위기
해외 '선물 시장'으로 투자자 이동...바이낸스 루나 수수료만 수천억 규모

사진=코인마켓캡
사진=코인마켓캡

 

국내 가상자산(코인) 투자자들이 선물 거래를 위해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외부로 빼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루나 사태에도 수조원 상당의 국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가 루나 사태를 명분 삼아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 대표들을 불러 대책 마련에 나선다지만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을 규정하는 '트래블룰' 시행 후에도 명문화된 가이드라인, 이른바 업권법이 없어 국부 유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관련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당정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 경영진도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각 부처의 준비 상황을 공유받고 거래소의 투자자보호 대책을 점검하겠다"며 "입법 전이라도 수준 높은 투자자 보호 대책이 작동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 또한 국내 주요 거래소에 루나 코인 투자 현황 등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정부의 뒤늦은 대책 마련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제2의 루나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초부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코인 거래시장은 현물만 가능해, 투기 수요는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해외 거래소 중 절대 다수가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어 우리 정부의 소환이나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가상자산 투자업계에선 루나 사태의 원인을 두고 해외 시세조작 세력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선물시장을 교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라의 달러 연동 시스템을 흔들어 루나 가격의 하락을 예측, 가격 폭락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는 코인 선물시장을 용인하지 않는 국내 거래시장에선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루나 코인의 국내 거래량은 글로벌 전체 루나 거래량의 약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태가 불거진 5월초에도 국내 거래소를 통한 루나 거래량은 1%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주말 이틀간에도 루나 거래량의 약 60%는 바이낸스에서 소화됐다. 최근 일주일간 바이낸스가 거둬들인 루나 거래 수수료만 무려 4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입출금이 막힌 빗썸 내 루나 거래량은 일평균 1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선물거래량 1위 업체인 바이낸스는 조세 회피처인 케이맨 군도에 형식적인 본사를 설립했지만 이용약관에 따르면 투자자 피해 관련 이슈는 '홍콩 국제중재센터(HKIAC)'에 요청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규제에 응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이때문에 지난해 불거진 바이낸스 서버 장애 발생 당시에도 각국 정부는 자국 투자자들의 피해 현황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국내 코인 자금의 해외 선물시장 연동을 차단하거나, 국내 거래소 역시 정부 규제 하에 동등한 선물시장을 운영해야 투자 수요의 국내 이탈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선 불법인 코인 파생시장이 해외거래소를 통해 연일 확장하고 있어, 업권법의 빠른 제도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베팅 시스템이 해외시장에만 남아있다면, 국내 코인 시장은 빠르게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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