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루나 사태'의 시발점, 테라폼랩스가 그간 원색적인 비난으로 쏘아붙이던 두나무에 손을 내밀어 이목이 쏠린다. 다단계 방식의 가상자산(코인) 유통 구조로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자, 활로 개척을 위해 욕설을 퍼붓던 당사자에게까지 화해를 청한 것이다. 

26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라폼랩스는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에 테라폼랩스의 새 코인 상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폼랩스가 루나에 이어 새 코인을 발행, 이를 두나무에 상장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한 것. 테라폼랩스는 새 코인으로 기존 투자자의 투자 피해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단, 두나무 측은 "일고의 검토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며 묵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두나무와 테라폼랩스-투자사 해시드는 지난 2년간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대표적 '견원지간'으로 불렸다. 앞서 두나무는 해시드, 카카오벤처스 등과 의기투합해 결제 기반 블록체인을 앞세운 테라폼랩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만 해도 테라는 결제 시장을 혁신할 국내 대표 스타트업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점차 권도형 대표 등 테라폼랩스 경영진이 디파이를 앞세워 규제 회색지대로 나아가자, 두나무는 지난 2021년, 투자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보유했던 루나 2000만개를 처분했다. 

당시 두나무는 해외 기관투자자 등에게 루나 교환매매를 진행, 전량을 비트코인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계좌 운용이 불허된 만큼 교환매매 후에도 현금성 자산으로 돌려놓지 못했다. 루나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푼도 현금화하지 못한 셈.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를 팔아 1000억원대의 수익을 얻었다고 알려졌지만 현금성으로 손에 쥔 것은 없다. 루나 교환매매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법인세만 납부, 결과적으로 손해 보는 투자를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두나무는 루나 교환매매를 통해 취득한 비트코인을 아직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당시 루나 개당 매각가는 6500원대로 이는 올해 고점인 20만원선과 비교하면 3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루나 매도로 천문학적 차익을 거둔 해외기관과 비교하면, 사실상 실패한 투자였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투자자들의 카카오톡 질의에 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사진=독자 제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과 루나 투자자들간의 카카오톡 질의 응답 모습 /사진=독자 제보

 

특히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를 전량 교환매매한 후에도 두나무는 원화마켓 상장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권 대표는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업비트를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 권 대표는 투자자들과의 커뮤니티 과정에서도 "돈을 줘도 업비트에 상장하지 않겠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때문에 루나는 줄곧 국내 거래량이 전체 루나 거래량의 1~3% 수준에 머물렀다. 업비트가 거리를 둔 탓에 국내 투자자와의 접점도 많지 않았다.

아울러 두나무는 루나 매도 후, 테라폼랩스의 핵심 투자사인 해시드와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토종 코인 육성이라는 기치 아래 의기투합했으나, 규제회색지대에 놓이게 된 테라폼랩스를 필두로 해시드가 국내 사업이 쉽지 않은 코인들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한 탓이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두나무가 입주한 역삼동 미림타워에 해시드가 갑자기 입주, 해시드 측이 '두나무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식으로 파트너사들에게 어필해 두나무 경영진이 강도 높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해시드 측은 "두나무와 관련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양측의 갈등이 극심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업계에선 두나무가 루나의 BTC마켓 거래 또한 비트렉스와의 거래 연동으로 시작된 탓에 테라폼랩스에 대한 부채 의식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당시 BTC 마켓 오더북을 공유하던 미국 거래소 비트렉스가 루나를 상장하는 것을 계기로, 업비트도 루나를 상장하게 된 케이스"면서 "권 대표가 다급해지니, 자신이 욕했던 쪽에게도 살려달라고 손을 내민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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