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사진=행사 영상 캡쳐
팀 쿡 애플 CEO /사진=행사 영상 캡쳐

 

애플이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 22' 행사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등 자사 차세대 제품군에 탑재될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들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2세대 애플실리콘 'M2'와 이를 탑재한 새로운 '맥북에어'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혼합현실(MR) 기기 등 신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소프트웨어로 더 뚜렷해진 개성

6일 열린 연례 개발자 대회 WWDC 22에서 애플은 자사 제품에 업데이트될 차세대 운영체제(OS) ▲아이폰용 'iOS 16' ▲아이패용 'iPadOS 16' ▲애플워치용 'watchOS 9' ▲맥용 'macOS Ventura' 등을 공개했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이날부터 개발자용 베타를 제공하며, 다음달 공개 베타를 거쳐 올 가을 사용자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OS 업데이트는 각 기기간 개성을 더 뚜렷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폰의 경우 '개인화'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배경사진 정도만 고를 수 있었던 잠금화면의 날짜와 시간 폰트까지 고를 수 있게 됐으며, 알림 기능도 대폭 개선했다. 이와 함께 가족과 함께 실시간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 등도 함께 선보였다.

iOS 16 /사진=애플 제공
iOS 16 /사진=애플 제공

아이패드의 경우 '생산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애매하다'는 평을 들었던 아이패드의 멀티태스킹과 협업 기능을 강화해 업무용으로 활용 가능성을 넓혔다. 메시지 앱을 통해 공동 작업을 지원하거나, 애플워치로 필기가 가능한 공용 캔버스 '프리폼(Freeform)' 등이 새로 선보였다.

애플워치는 '헬스케어' 기능에 방점을 찍었다. 달리기 등에 쓰이는 운동 앱은 보다 자세한 수치와 알람을 제공하며, 수면 추적 기능도 더 세분화됐다. 또 미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통과한 '심방세동 기록' 기능과 새로운 '복용약' 앱을 추가하며 의료 분야의 활용성도 계속해서 넓혀가는 모습이다.

맥은 아이폰을 연결해 웹캠으로 사용하는 등 애플 제품군 간 '연속성'을 한층 강화했다.  아이패드와 더불어 다수의 앱과 윈도를 넘나들며 작업할 수 있는 새로운 '스테이지 매니저' 인터페이스를 도입했고, 페이스타임 '핸드오프(Handoff)' 기능을 지원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시작한 통화를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괴물칩' 애플실리콘 2세대 'M2' 등판

이번 행사에는 지난 2020년 처음 공개돼 '애플실리콘' 시대를 연 'M1' 칩의 후속작 'M2'도 첫 선을 보였다. M2칩은 M1 보다 더 강력해진 '전성비(전력소비 대비 성능)'를 자랑한다.

2세대 5나노미터(nm) 기술을 사용해 제작된 M2 칩은 각각 4개의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로 이뤄진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확장된 10코어를 갖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했다. 애플 측은 CPU는 전작 대비 18%, GPU는 35% 성능을 향상시켰다고 소개했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애플 제공

이와 함께 M2는 M1 대비 50% 확장된 100GB/s 통합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며, 최대 24GB의 고속 통합 메모리를 지원한다. 머신러닝(ML) 기능을 담당하는 뉴럴엔진은 초당 최대 15조8000억회의 연산을 처리하며, 이는 M1 대비 40% 향상된 처리량이다.

애플 측은 M2 CPU가 경쟁사의 최신 10코어 PC 노트북 칩 대비 동일한 전력에서 두 배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M2는 PC 칩 급의 피크 성능을 25%만큼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제공한다고 자랑했다.


드디어 나왔다…새 디자인 '맥북에어'

M2의 강점은 CPU 집약적인 작업도 아주 적은 전력만으로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소음이나 발열 없이 노트북 PC의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런 M2를 탑재한 최초의 모델은 차세대 맥북에어다. M1을 탑재한 맥북에어의 경우 전 세대와 동일한 디자인에 칩만 바꿔달았지만, 이번 맥북에어는 M2 탑재와 함께 디자인도 일신했다. 

새로운 맥북에어는 전작 보다 큰 13.6형 디스플레이에 전면 노치 카메라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내부에 쿨링팬이 없는 '팬리스'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제품 두께는 11.3mm로 얇아졌지만, 무게는 1.24kg으로 전 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 최근 경쟁사 경량형 노트북 무게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배터리는 최대 18시간 영상 재생이 가능한 수준이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애플 제공

앞서 차세대 맥북에어는 M1 아이맥과 같이 다양한 파스텔톤 색상으로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이날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미드나이트 ▲스타라이트 등 4가지 색상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맥북프로에 탑재됐던 '맥세이프' 전용 충전 포트를 달아 맥북에어 최초로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M1 때와 마찬가지로 M2 역시 맥북프로 13형 모델에도 탑재된다. M2 맥북프로 13형의 경우 전작과 폼팩터는 동일하다.


애플의 새 먹거리는?

이날 많은 애플팬들이 기다리던 M2 칩과 새로운 맥북프로가 공개되긴 했으나, 애플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MR 기기에 대한 단서는 제공되지 않았다.

최근 애플이 이사회에서 MR 헤드셋 시제품을 시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 전문가들은 내년에 애플이 소비자용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이번 행사에 애플이 AR/VR 헤드셋 운영체제 'realityOS'를 선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왔으나 결국 빗나갔다.

애플 카플레이 /사진=애플 제공
애플 카플레이 /사진=애플 제공

다만 이날 애플의 생태계 확장에 대한 야심은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애플은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의 상황에 맞춰 '애플페이'에서 6주간 4회로 분납하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인 '애플페이 레이터'를 선보이며 금융사업 확장에 나섰다.

또 표준 사물인터넷(IoT) 프로토콜 '매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홈' 앱 개편과 완성차 계기판에 아이폰 위젯을 띄우거나 라디오, 에어컨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카플레이' 등도 함께 선보이며 생태계 확장을 준비하는 모습을 비쳤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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