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더딘 인테리어 시공 영역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인테리어계 아마존'이 되는 것을 꿈꾼다. 우리 구성원들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직접 발로 뛰며 얻은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술로 풀어내고 있다."

박성진 하우스텝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말이다. 하우스텝은 견적부터 계약, 자재선택, 결제에 이르는 인테리어 시공의 모든 과정을 플랫폼에 담았다. 클릭 몇 번이면 인테리어 시공 비용이 계산되는 '3초 견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우스텝이 인테리어 영역에서 이토록 발빠른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현장 중심' 문화에 있다.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가 플랫폼의 힘이 됐다. 현장을 향한 구성원의 진심은 출근 첫날 '도배 미션'을 수행하는 이색 문화로 이어졌다.


하우스텝 구성원은 인테리어에 진심이다

"인테리어 시공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영역이다. 여러 업체를 통해 발품을 팔지 않으면 좋은 견적을 뽑을 수 없다. 도배, 마루, 창호, 욕실 등 개별 인테리어의 재료값과 인건비가 천차만별이다. 집마다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더해지면 더욱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이 바로 인테리어 플랫폼이 풀어가야할 과제인 셈이다. 하우스텝이 현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현장의 문제를 모든 조직이 공감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픽=디미닛 제작
/그래픽=디미닛 제작

'원데이 미션벽'은 이런 구성원의 가치가 모인 결과물이다. 새로 합류한 구성원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혼자서 한 면의 벽에 도배 시공을 해보는 미션을 부여 받는다. 개발자건 마케터건 직무와 관계 없이 모두 참여한다. 3시간이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인테리어 시공 현장을 이해하는 '연결고리'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 파트너인 '시공반장님'의 고충을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구성원들의 피드백이다.

"하우스텝은 영업본부, 마케팅 본부, 디지털 본부로 이뤄져있다. 개발자들은 '뱅크샐러드' '배달의민족' 등 스타트업을 포함해 게임회사, 대기업, 로펌 행정직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많다. 이들은 '인테리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우리 회사에 합류한 분들이다. 영업본부 안에는 시공관리팀이 따로 있다. 고객에게 들어오는 피드백을 모아주는 부서다. 파트너팀은 반장님과 주로 소통한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각 시공별로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데이터로 만든다."

하우스텝은 현장에서 모은 시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테리어 책자도 만들고 있다. 고객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불편함'을 사례로 모아 반장님들께 대응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다양한 현장 사례는 데이터가 되고, 이는 곧 하우스텝의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또 하우스텝은 현장의 목소리를 곧 바로 개발 과제로 삼고 기술로 해결하는 문화도 정착돼있다. 요구 사항만 입력하면 시공 비용이 바로 계산됐으면 한다는 고객의 피드백은 '3초 견적' 개발로 이어졌다.

"개발조직은 2주 단위의 '스프린트' 과제를 만들고 빠르게 개발, 검증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스프린트는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시제품 제작 및 테스트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고객과 파트너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아이디어를 짠다. 또 애자일과 폭포수 방식을 결합해 유연한 개발 환경을 구축했다. 주어진 요구사항에 대해 작은 단위로 실행과 결과를 반복하며 품질을 향상해 나간다. 전체 요구사항을 취합하고 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표준화' 통해 인테리어계 아마존 꿈꾼다

"하우스텝은 현장에서 면적, 높이, 주거 형태 등 유형별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아파트는 단지별로 집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냈다. 또 도배, 마루, 창호 등 영역별로 상품을 나눠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만 시공할 수 있게 서비스를 세분화했다. 2만 가구 이상의 시공 경험은 3만8000여건의 시공 데이터로 연결됐다.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가격 표준화'를 이뤄냈다. 하우스텝 플랫폼에서 주택 정보와 자재를 입력하면 견적이 자동으로 산출된다."

/그래픽=디미닛 제작
/그래픽=디미닛 제작

하우스텝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표준 시장가를 형성했다. 업체별 견적 차이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상담과 실측에 드는 운영 비용도 최소화했다. 여기에 하우스텝은 창호와 문틀, 욕실, 도배를 비롯한 10여 가지로 인테리어 분야를 나눠 필요한 부분만 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운영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면 하우스텝에 등록된 시공자가 하우스텝이 선별한 자재를 갖고 설치해준다.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에도 힘썼다.

"지난해 7월에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반장창고'를 출시했다. 시공반장님이 대상으로, 인테리어 자재 도매·유통을 돕는다. 시공반장님들은 '반장창고' 앱 한 곳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주문 내역도 확인 가능해 효율적인 시공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 또한 현장에서 일하는 시공반장님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도배, 총판, 창호 등을 업체별로 따로 거래하고, 주문 내역을 수기로 관리하는 등 현장에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들이나 시공반장님들이 거치는 자재 구매 및 행정 업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이에 착안해, 하우스텝은 시공 관리 시스템을 '마이페이지'라는 플랫폼에 전부 담았다. 시공 업무를 발주 받고, 시공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앱이다. 파트너팀을 통해 반장님들의 피드백을 꾸준히 받고있다. 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반장창고'와 연결해 필요한 부자재를 입력하고 구매하면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해주는 것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하우스텝은 궁극적으로 '인테리어계 아마존'을 꿈꾼다. 아마존은 자체 시스템을 모듈화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만들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탄생시켰다. 하우스텝도 인테리어 시공을 잘하기 위한 모든 기반을 모듈화하는 것이 목표다. 인력과 자재, 시스템 말이다. 이를 IT를 통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인테리어 고객과 인테리어 사업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서비스를 제공해 인테리어 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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