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쏘카 대표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앱'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쏘카 제공
박재욱 쏘카 대표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앱'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쏘카 제공

글로벌 거시환경 악화로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국내 모빌리티 첫 유니콘 기업 쏘카가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운수업계와의 갈등, 재무적 투자자(FI) 회수금 만기 등으로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물론 우버(Uber), 리프트(Lyft)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도 주가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IPO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성패에 이목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쏘카 IPO 흥행의 핵심은 '렌터카+α'에 있다고 분석한다. 기존 주력사업인 '단기 카셰어링' 외에 미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몸값 낮춘 쏘카, IPO 흥행에 '사활'

지난 24일 쏘카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총 455만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1주당 공모가 밴드는 3만4000원에서 4만5000원이며, 총 공모 금액은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2048억원 규모다. 희망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1조2060억원에서 최대 1조5943억원이다. 오는 8월 1일과 2일 양일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고, 같은 달 8~9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쏘카는 이번 IPO 성공을 위해 공모가를 크게 낮췄다. 한때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최대 3조원까지 내다봤으나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공급망 위기로 인한 반도체 수급 불확실성 등 글로벌 거시환경 악화로 시장이 얼어붙자 몸값을 낮추기로 결단한 것.

/사진=쏘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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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 창업주와 주요 주주들도 상장 후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자발적 의무 보유'를 약속하며 흥행 성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쏘카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에스오큐알아이(SOQRI)는 상장일로부터 1년간 주식을 팔지 않는 의무보유를 이행할 예정이다. 또 각각 지분 8.25%와 1.29%를 보유한 유한회사 '소풍(SOPOONG)'과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도 마찬가지다. 상장 규정상 의무 보유기간은 6개월이지만 자발적으로 기간을 연장한 것. 이 회사들은 모두 이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다. 

이와 함께 의무보유 대상이 아닌 2대 주주 SK(17.46%)와 3대 주주 롯데렌탈(11.49%)도 6개월간 보유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이 밖에도 ▲콜라보레이티브 ▲헤르메스투유한회사 ▲넥스트펀드 개인투자조합 ▲알토스코리아 ▲소프트뱅크 등도 보유 주식의 일부를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 동안 의무 보유하겠다는 자발적 계속보유확약에 동의한 상태다.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이번 공모 추진이 사업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인수합병(M&A) 및 투자, 신규 서비스 출시, 기술역량 확보 등 회사 성장을 위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장성 둔화된 쏘카, 미래 성장성 입증하라

쏘카는 2011년 설립 후 국내 카셰어링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대표 상품은 쏘카존에 비치된 차량을 쏘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단기 카셰어링'이다. 이동거리(km) 당 주행요금으로 계산해 후불 부과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장기 카셰어링 '쏘카 플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현재 국내 4200곳 이상의 쏘카존에서 차량 1만8000대 이상을 운영하며 점유율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쏘카에 따르면 국내 6대 도시 주민 80%는 반경 500m 내 위치한 쏘카존에 3분 이내 접근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약 800만명으로 국내 운전면허 보유자 4분의1에 해당한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약 1000만건, 멤버십 통합 누적 구독 65만건을 돌파했다.

또한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 등 서비스 등을 쏘카 앱에 통합해 '슈퍼 모빌리티 앱'을 올해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모빌리티 사업만으로는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형태가 아닌 차량과 자전거, 주차장 등을 직접 소유한 상태에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BM)은 보유한 차량 등이 많아질 수록 매출이 늘어나지만 동시에 차량유지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 투자비용이 지속 발생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쏘카 매출은 지난 2019년부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1210억원 ▲2018년 1594억원 ▲2019년 2566억 ▲2020년 2597억원 ▲2021년 2849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 또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78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84억원까지 '적자 릴레이'를 달리고 있다.

다만 쏘카 측은 차량 수와 비용이 정비례하지는 않으며,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쏘카 관계자는 "차량 배치와 운용을 그간 쌓아온 기술력을 통해 유연하게 구현하고 있다"며 "특히 차량이 많은 성수기에는 물량을 늘리고, 비수기에는 중고차 매물로 내놓는 식으로 영업비율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aaS 솔루션 판매로 지속성장 '자신감'

쏘카는 이같은 상황을 기술력으로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차량공유사업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차량 관제 관리 시스템(FMS) 판매를 통해 미래 성장을 증명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차량과 앱으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기술로는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와 운영데이터를 활용해 수요 예측 및 차량을 배치하는 '다이나믹 차량 배치' ▲차량 반납시 촬영되는 이미지를 처리해 손상 여부와 정도를 판독하는 '차량파손 자동감지 모델' ▲블랙박스 이미지와 영상정보를 활용해 건물내 주차 층과 위치를 식별하는 '쏘카존 층 구별 모델' ▲카셰어링을 이용한 보험범죄를 차단하는 '쏘카 보험 사기 탐지 모델' ▲고객 나이 및 주행 데이터를 종합해 미숙련 운전자를 자동식별하는 모델 ▲최대 3000개 이상 쏘카존에서 정확한 차량 위치를 안내하는 'DR-GPS 기반 측위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FMS는 이 모든 기술을 총합한 솔루션이다.

향후 쏘카는 이같은 SaaS FMS 솔루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 추진한다는계획이다. 쏘카 관계자는 "1만8000대에 달하는 차량으로부터 타이어 공기압, 전조등 점등 여부 등 온갖 데이터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받고 있다"며 "이처럼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한 FMS 시스템을 물류나 영업이 많은 회사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기업군에 '삼사라(Samsara)'를 포함시킨 점도 해당 기업이 솔루션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며 "향후 FMS 기반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이러한 부분이 수익성이나 성장동력 측면에서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계획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쏘카는 현대글로비스, 롯데지주와 MOU를 맺고, 현재 FMS솔루션 적용을 위한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쏘카 관계자는 "현재 현대글로비스, 롯데지주와 FMS 시스템 현장성을 소규모로 PoC하고 있다"며 "아직 검증 중인 단계로 성과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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