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토뱅과 비교해 이용자 지표 열세
시중은행 모바일 역량 UP...경쟁 상황 쉽지 않아

케이뱅크 최근 1년새 월간순이용 지표 추이/그래프=모바일인덱스
케이뱅크 최근 1년새 월간순이용 지표 추이/그래프=모바일인덱스

 

KT그룹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행보를 공식화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올초까지 치솟던 장외 몸값은 어느덧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밀리며 주당 1만5000원(시가총액 5조원 규모)에 팔겠다는 매물도 치솟고 있다. IPO 소식이 전해지면 장외시장에 불이 붙던, 여타의 기업 사례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투자은행발로 거론되는 시총 7조~10조원설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토스와의 모바일 이용자 격차가 매달 벌어지고 있는데다,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어 케이뱅크 자체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가상자산 효과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IPO 홍보 포인트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MAU 1300만' 카뱅이 14조인데...'270만' 케이뱅크 몸값이 5조 이상?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IPO를 위한 구체적 행보에 돌입한 것. 통상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간이 2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심사 지연 사유가 없다는 전제 하에 오는 9월 중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치면 수요예측 등 공모 청약에 돌입하게 된다.

카카오뱅크와 더불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연 케이뱅크는 지난해 연간 순이자이익 198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464억원 대비 327% 급증했다. 비이자이익 역시 제휴 활성화 등에 힘입어 2020년 102억원 손실에서 지난해엔 19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어느정도 내실을 다지는데 성공한 셈. 단 전체 당기순이익 규모는 약 200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카카오뱅크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시장에선 케이뱅크가 최소 5조원 이상의 몸값을 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녹록치 않은 시장환경이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단 '업계 선두' 카카오뱅크가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기업가치가 밀리며, 시가총액 14조원선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1조원 규모,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월간 순이용자 1300만명 수준을 1년째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데다, 모회사인 카카오와의 기대 시너지가 상당하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경제 주체인 3040세대와 1020세대 상당수를 핵심 고객으로 확보, 현재와 미래를 모두 거머쥐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성장주 부진 속에 공모가를 하회한 지 오래다. 

그런데 케이뱅크의 월간순이용자는 270만명으로 1년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던 카카오뱅크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 셈.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해만해도 인터넷 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로 이용자를 크게 늘렸으나,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힘을 잃은지 오래다. IPO를 앞두고 고객 상당수가 케이뱅크를 떠나, KT그룹사와의 시너지를 꾀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구현모 KT 대표이사/캐리커쳐=디미닛
구현모 KT 대표이사/캐리커쳐=디미닛

 


'코인 열풍' 끝나자 토스뱅크-시중은행 치고 올라왔다

케이뱅크의 경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기존 금융사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사들이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토스다.

토스는 간편결제 송금앱으로 출발해 증권과 은행 등을 엮으며 '금융 수퍼앱'으로 진화했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토스앱의 5월 월간순이용자는 1370만명, 토스뱅크 자체 이용자는 약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어느덧 케이뱅크를 제치고, 10% 가량 앞서고 있는 것.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13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지켜내고 있는 상황에서, 토스뱅크가 케이뱅크의 이용자 상당수를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에 밀리지 않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아용자 소비패턴 분석을 통한 다채로운 연계 서비스, 여기에 증권과 송금 등으로의 자유로운 이동 역시 토스뱅크의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시중은행들 또한 인터넷 은행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속속 확보, 케이뱅크의 전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금융앱을 통합한 KB금융의 스타뱅킹은 5월 순이용자를 1110만명까지 끌어올리며, 1년새 두자릿 수 가까이 덩치를 키웠다. 이젠 시중은행들도 좀처럼 모바일 점유율을 내어주지 않고 있는 것. 

이때문에 관련업계에선 케이뱅크의 추정 몸값으로 불리는 5조~10조원 자체도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무너진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토스보다 비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IB에서 계속 몸값을 띄우고 있으나 케이뱅크의 지난 1분기말 기준 자본총액(순자산)은 약 1조원 후반, 카카오뱅크의 추정 PBR 약 3배를 곱하면 5조원 수준으로 여기에 할인율을 일부 적용해야해 케이뱅크의 적정 몸값은 더 내려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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