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타운 플랫폼 내 중앙 분수대/사진=김가은 기자
싸이타운 플랫폼 내 중앙 분수대/사진=김가은 기자

"여기서 뭘할 수 있는 거죠?"

싸이월드와 한글과컴퓨터가 공동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베타버전을 공개한 후 약 8개월 만이다. 사용자들은 기다림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3D 아바타와 맵 등으로 기본적 구색은 갖췄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면 응당 지원해야할 소통수단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3D로 다시 돌아온 싸이타운

싸이타운은 지난 28일 오전 10시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싸이타운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자 모바일 게임을 연상케하는 화면이 떠올랐다. 로그인은 ▲한글과컴퓨터 '말랑말랑' ▲구글 ▲싸이월드 등 총 3가지 방식이다. 로그인을 마치면 '싸이타운 주민 등록증'이라는 창이 나타나고, 자신의 '미니미'와 이름 등 기본정보를 설정할 수 있다. 미니미의 경우 2가지 기본형태만 제공됐던 베타 버전과는 달리 총 16개가 제공된다. 

눈에 띄는 점은 'MBTI'가 기본정보에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204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의도로 엿보였다.

싸이타운 메타버스 플랫폼 내 햄버거 가게/사진=김가은 기자
싸이타운 메타버스 플랫폼 내 햄버거 가게/사진=김가은 기자

설정을 마치고 접속하자 마치 공원을 연상케 하는 3D맵과 함께 싸이타운의 중심부 역할을 역할을 하는 분수대가 눈에 들어왔다. 분수대 주변으로 ▲공연장 ▲햄버거 가게 ▲모델 하우스 ▲바이킹 등 여러 건물들이 마련돼있었다.

베타버전 때와는 달리 점프나 시점 조절이 가능해 전반적인 풍경을 둘러보기 편했다. 특히 아바타가 조작되지 않는 등 기존 오류도 해결돼 사용성이 확실히 개선된 모습이었다.


사과먹기·계단 오르기가 끝?

그러나 그 뿐이었다. 겉으로는 기본적 구색을 맞춘 듯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면 응당 갖춰야할 소통수단의 부족은 치명적이었다. 네이버 '제페토', SKT '이프렌드'는 물론 베타버전 당시에도 지원됐던 음성·영상 채팅 기능이 이번 출시에서 사라졌다.

싸이타운 감정표현/사진=김가은 기자
싸이타운 감정표현/사진=김가은 기자

사용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문자 채팅과 4가지 감정표현 기능이 전부였고, 채팅의 경우 1대1 대화조차 제공되지 않아 커뮤니티 형성은 어려워보였다. 한 사용자는 "베타버전도 영상과 음성지원이 됐다"며 "중국 게임도 이것보다는 낫겠다"고 꼬집었다.

재미를 위한 요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미니미를 움직여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 외에는 특별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공간과 미니미간 상호작용도 '사과먹기', '앉기'가 전부다. 싸이타운은 미니미가 특정 공간이나 물체 가까이 가면 '상호작용' 버튼이 활성화되는데 사과나무와 의자 외에는 그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오픈 기념 이벤트로 진행된 가수 '유주' 신곡 공개 또한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이벤트는 싸이월드를 대표하는 'BGM' 서비스의 세계관을 확장한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서 3D 아티스트 미니미가 ▲음원공개 ▲디지털 쇼케이스 ▲공연 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싸이타운 메타버스 플랫폼 내 분수광장에 유주 미니미가 말하고 있다/사진=김가은 기자
싸이타운 메타버스 플랫폼 내 분수광장에 유주 미니미가 말하고 있다/사진=김가은 기자

그러나 가수 유주 미니미는 단순히 앉아있거나 서있는 상태에서 "저와 함께 인증샷 캡처해주세요!"라는 말풍선을 반복하는 것이 다였고, 이벤트의 경우 맵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유주의 사진을 찾아 마찬가지로 캡처하는 게 끝이었다.

무엇보다 뮤직비디오나 영상 하나없이 음원만 반복 재생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한 사용자는 "영상없이 노래만 재생되는 거냐"며 "너무 허술하고 싸이타운을 만든 목적이 뭐냐"고 비판했다.

다만 싸이월드 측은 현재 출시된 버전이 완성된 게 아니며, 지속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월드 고도화가 9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메타버스 싸이타운도 보다 풍성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확장된 생태계를 갖추며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SNS 싸이월드가 스토리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게임 위주의 기존 메타버스와 차별화된 '라이프사이클(Life Cycle)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출시가 첫번째가 아닌 두번째 출시인 사실과, 베타버전 공개 이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사용자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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