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혁신Ⅱ] (1)글로벌 녹색성장 위한 '테크허브' 전략이 필요하다

송재령 녹색기술센터 선임연구원

2022-08-19     남도영 기자
/사진=트위터

 

지난 8일 온라인 소셜미디어에는 서울 강남에서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로 차량 위에 고립된 한 남성의 사진이 공유됐다. 이 사진은 '물난리난 공포의 서울'이라는 밈으로 제작돼 전세계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가히 '물폭탄'이라 할 만큼 많은 비였다. 그러나 우리를 더 안타깝게 한 것은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의 죽음이었다. 그 한 달 전, 지구 반대편인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는 40℃를 육박하는 폭염이 발생했다. 게다가 독일 라인강을 비롯해 이탈리아에도 긴 가뭄과 지속적인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는 국지적으로 극심한 재산 피해를 넘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다. 여기서 문제는 기후변화가 더 국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집중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며 사회적 취약 계층은 더 큰 피해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 기후변화 대응의 열쇠

전세계 과학자 그룹과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총회는 글로벌 기후위기 심각성이 재차 강조했다. '2020 세계위험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 2020, WEF)'는 인류가 직면한 10대 위험요인 중 1위로 '기후변화'를 선정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2위가 '기후변화 완화 실패', 3위는 '자연재해', 4위는 '생물 다양성 손실', 5위가 '인위적 환경 재앙' 등으로 이 모두는 기후변화와 환경 요인이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공동 해결 노력과 각국 정부의 일치된 연대가 중요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평균온도 1.5℃가 상승하면 수십억명의 물부족 문제와 심각한 가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저감 노력이 없다면 2100년 이내 부산과 제주에 겨울이 사라진다는 결과도 있었다.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과학기술은 사회적 쟁점을 다루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지향한다.

물론 과학기술이 만능이고 사회적 현안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은 기후변화에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획기적인 혁신 방안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과학기술의 기여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과학적 사실 규명과 정확한 기상 정보의 제공, 그리고 다학제적인 접근으로 우리가 처한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그린테크허브'로 역량 결집해야

이미 미국, 유럽, 싱가폴 등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후기술 촉진 정책과 지역중심의 테크허브를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 성과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런 선진국들은 기후ㆍ환경ㆍ에너지 관련 테크허브를 활용한 실증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덴마크는 '클린테크허브'로 녹색기술을 통해 일자리 및 지역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우리도 그린테크허브의 융합적 연구체계를 통해 지역이 주체가 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선진국과의 교류를 더욱 촉진하는 탄소중립 기술상용화 전략을 펼쳐야 할 때다.

지난 7월 1일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ㆍ촉진ㆍ활성화를 통하여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처한 최악의 현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녹색미래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더 '녹색성장'의 관점에서 '테크허브'가 중심이 되는 '그린테크허브' 융합클러스터와 이를 실증하는 체계가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이 집적되어 있는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글로벌 그린테크허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즉, 정부 출연 연구소와 기업연구소의 R&D 거점으로 성장한 대덕연구단지에 국제적 수월성을 확보하는 '글로벌 그린테크허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허브를 통해 산학연의 기술들이 융합되고 해외로 이전되어 경제산업적인 영향력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Who is...> 송재령 녹색기술센터 선임연구원

송재령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포함하는 주제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수준의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제협력팀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녹색기술센터에서 기후변화 대응 R&D 및 지역 혁신에 관한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