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사태에 고개 숙인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안정적 서비스 제공 만전 기하겠다'(종합)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보안 자회사 이스트시큐리티가 제공하는 백신 프로그램 '알약' 오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31일 정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약 랜섬웨어 탐지 기능 오류로 많은 사용자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오류의 원인으로 테스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정 대표는 "알약이 국내 사용자분들의 PC환경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출시 전 안정성을 확인하는 자동화빌드 및 테스트·출시 프로세스가 구축돼있으나 이번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스트시큐리티는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에 나서는 한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날 오전 이스트시큐리티는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30일 오전 11시 30분경 알약 공개용 제품 랜섬웨어 탐지 기능을 강화했다"며 "업데이트 과정 중 일부 PC에서 랜섬웨어 탐지 오류로 화면 멈춤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류 조치 완료 후 현재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면서도 "다양한 사용자 PC 환경에 따라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시, 고객지원센터를 통해 접수하면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9월 내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공지 및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선 지난 30일 국내 1600만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공개용 백신 프로그램 알약 오류로 일부 사용자들의 PC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알약 내 랜섬웨어 탐지 기능이 오작동을 일으킨 영향으로 밝혀졌다. 정상 윈도우 기본 프로세스를 랜섬웨어로 잘못 인식해 일부 프로그램 접속 시 '차단 알림 메시지'가 표시되며 PC 전원이 켜지지 않는 등 사용이 불가능해진 것.
오류가 발생한 프로그램은 알약 공개용 버전 'v.2.5.8.617'이다. 기업용 제품의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스트시큐리티 측은 설명했다. 현재 이스트시큐리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수동 조치툴 다운로드가 가능한 경우에는 이스트시큐리티 홈페이지에서 툴을 내려받은 후 실행시키면 된다. 이같은 조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세 차례 강제 재부팅을 통해 '안전모드'로 들어가 수동 조치툴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스트시큐리티 관계자는 "자동 복구툴 배포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동 조치 가이드를 통해 복구가 가능하다"며 "해결이 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위해 대응전담팀을 꾸리고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논란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전원이 아예 켜지지 않거나, 복구를 위해 PC를 포맷한 사용자들이 원성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소송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사용자는 "제대로 되게 고치시고 시간 보상과 서비스 센터간 연료비,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다해달라"고 목소리를 키웠으며, 또다른 사용자는 "알약 상대로 집단 소송 준비합니다. 컴퓨터가 아예 날라갔네요"라고 원성을 쏟아냈다.
다만 실제 소송이 이뤄지더라도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오류가 개인 사용자에 한해 사용료를 받지 않는 공개용 버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개인용으로 배포된 무료 프로그램을 기업에서 사용한 자체에 위법 소지가 있는 점도 변수다.
법조계 또한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만약 소송이 진행된다면 쟁점은 이스트시큐리티 측의 고의적 과실 존재 여부지만, 이번 오류의 경우 무료 프로그램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회사가 사용대가를 주고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관계라고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만약 계약관계가 인정될 경우 채무불이행 행위에 대한 고의 과실을 사용자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사태 영향으로 이스트소프트 주가는 하락 중이다. 31일 오후 1시 기준, 이스트소프트는 전 거래일 대비 2.23% 하락한 9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