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4 vs. 갤럭시Z플립4·폴드4…스마트폰 뭐 살까?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하며 가을 스마트폰 대전의 막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접히면 알려달라'고 애플을 도발하며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4'와 '갤럭시 Z 폴드4'를 앞세워 경쟁에 나섰다.
국내에선 '귀족폰'된 아이폰...폴더블폰 보다 더 비싸
애플은 지난 7일(현지시간)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아이폰14 시리즈는 한뼘폰 '미니'를 없애고 대화면의 '플러스' 모델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이번 신제품은 6.1인치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프로', 6.7인치 '아이폰14 플러스'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4종으로 구성됐다.
제품 가격은 ▲아이폰14 799달러 ▲아이폰14 플러스 899달러 ▲아이폰14 프로 999달러 ▲아이폰14 프로 맥스 1099달러 등으로 전 세대와 동일하게 책정했다. 성능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동결하며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수요를 잃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다만 국내에선 다른 얘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애플은 국내 출고가를 환율 이상으로 크게 올렸다. 국내 가격은 ▲아이폰14 128GB 125만원, 256GB 140만원, 512GB 170만원 ▲아이폰14 플러스 128GB 135만원, 256GB 150만원, 512GB 180만원 ▲아이폰14 프로 128GB 155만원, 256GB 170만원, 512GB 200만원, 1TB 230만원 ▲아이폰14 프로 맥스 128GB 175만원, 256GB 190만원, 512GB 220만원, 1TB 25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전작 대비 16만원(아이폰14 128GB 기준)에서 최대 33만원까지(아이폰14 프로 맥스 1TB 기준) 높아진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삼성전자 역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한 탓에 국내에선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폴더블폰 신제품 출고가는 ▲갤럭시 Z 플립4 256GB 135만3000원, 512GB 147만4000원 ▲갤럭시 Z 폴드4 256GB 199만8700원, 512GB 211만9700원, 1TB 236만1700원이다. 그동안 '폴더블폰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아이폰 가격이 훌쩍 뛰면서 오히려 저렴해보이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게 됐다.
노치 없는 '프로' 주목…'애플페이' 국내 도입도 변수
국내 가격은 아쉽지만 공개된 성능 자체는 '역시 아이폰'이라는 말이 나올 수준이다. 일반형의 경우 전작 '아이폰13 프로' 모델에 탑재됐던 'A15 바이오닉' 칩을 달았다. 재활용이긴 하지만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벤치마크 상으로 경쟁사를 2세대 이상 앞서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다.
눈에 띄는 기능은 심각한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응급 구조대와 긴급 연락처로 알리는 '충돌 감지' 기능과 통신망을 벗어난 곳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위성통신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이다. 안전과 관련한 기능을 크게 강화한 것인데, 한국에서 서비스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위성 통신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로 라인업은 2017년 '아이폰X' 이후 처음으로 '노치' 디자인을 버리고 '다이내믹 아일랜드'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 제품 공개 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변화로, 카메라 홀을 단순한 구멍으로 방치하지 않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해 능동형 알림창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4나노 기반 'A16 바이오닉' AP와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의 성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신제품 성능 향상과 별개로 국내에선 '애플페이' 도입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와 손잡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시작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페이'에 밀려 결제 서비스에서 약점을 보이던 아이폰이 애플페이를 지원할 경우 교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평 받는 폴더블폰...가격 반사이익 볼까
삼성전자 4세대 폴더블폰은 국내 사전판매에서 100만대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유럽에서도 전작 대비 2배에 달하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26일 40개국에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까지 출시국을 130여개국으로 확대해 '폴더블 대세화'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아직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장을 두고 여러 중국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삼성전자가 독보적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방수 기능, 프리스탑 힌지, S펜 적용 등의 기능을 갖춘 폴더블폰은 갤럭시 Z 시리즈가 유일하며, 특히 현재 글로벌 출시가 가능한 공급망을 확보한 것도 삼성 뿐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갤럭시 Z 플립4'를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작 갤럭시 Z 플립3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몰이를 했고, 이를 계승한 이번 신제품은 단점으로 지적되던 배터리 성능을 강화하고 폴더블 경험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플렉스캠' 등의 신기능을 탑재해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갤럭시 Z 폴드4의 경우에도 사전판매 성적에서 지난해 '플립' 시리즈에 크게 쏠렸던 비중을 6대 4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멀티태스킹 성능을 극대화한 '태스크바' 등의 신기능이 호평을 받고 있고, S펜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각종 외신에서 가장 뛰어난 폴더블폰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는?
두 제품 모두 변수는 스마트폰 교체 수요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790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 감소 추세였는데, 올해는 감소세가 더 가팔라진 것.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스마트폰 교체를 미루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IDC는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85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소비자 수요와 판매 둔화는 이어지겠지만, 애플 아이폰 신제품과 삼성전자 폴더블폰 출시 영향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성장세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또 5G 중저가 모델 출시, e심(eSIM) 서비스 도입, 통신사 중간요금제 출시 등이 5G 점유율 상승을 이끌 것이란 분석도 더했다.
강지해 한국IDC 연구원은 "국내 5G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목적에 맞는 스마트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 출시된 폴더블폰이 단순히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을 넘어 제3자 애플리케이션(앱) 활용 및 멀티태스킹 기능 개선 등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고 소비자 수요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