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리포트] '오딘' 김재영, IPO 대신 카카오게임즈와 미래를 꿈꾸다
시장상황+밸류에이션 논란보다 정무적 이슈 고려한 듯 오딘 글로벌 흥행 목표로 카카오와 의기투합
카카오게임즈의 곳간을 채워준, 국내 최고 멀티플랫폼 MMORPG 인기작 '오딘:발할라라이징'(오딘)을 만들어 낸 김재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라이온하트) 대표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한 것. 그 배경을 두고 시장에선 고금리로 인한 투자 시장 전반의 유동성 악화와 게임 히트작 원타이틀 개발사의 한계 등이 거론되나, 업계에선 김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라이온하트 몸값은 고평가? 韓 경쟁사 살펴보면 "글쎄"
지난 13일 라이온하트는 장마감 이후, 증권신고서 철회를 공식화하고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및 공동주관회사와의 협의 하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증권신고서 제출 철회로 상장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성원들을 위해 상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라이온하트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총 공모 주식수 1140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 3만6000~5만3000원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조달되는 공모금액은 4104억~6042억원에 달한다. 공모가 밴드 상단을 적용해 라이온하트의 시가총액을 계산할 경우 약 4조5000억원에 달했다. 하단을 봐도 3조원 수준에 이른다. 펄어비스의 현 시총이 2.5조원, 카카오게임즈가 3조원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몸값이 높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이 3조원 수준까지 밀리면서 기업가치 희석우려와 라이온하트 '고밸류에이션'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몸값 자체를 100% 버블로 봐선 안된다는 시각 또한 적지 않았다. 이는 라이온하트가 제시한 동종업계의 기업가치, 즉 '피어그룹' 덕이다.
실제 동종업계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지고 보면, 무리라고 보기 어렵다. 라이온하트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4조원대의 몸값은 블리자드(30배)와 펄어비스(약 40여배), 넥슨-엔씨소프트-크래프톤(14~16배) 등을 종합해 산출해낸 PER 배수다.
앞서 라이온하트는 오딘을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시키며 지난해 매출 2325억원, 영업이익 215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지키며 장기 흥행력을 입증했고, 대만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또한 매출액은 1184억원, 영업이익이 1092억원, 순이익도 80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 역시 무려 90%에 이른다. 아직 오딘 공성전과 북미-유럽 버전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곳간 채우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다.
시장 환경을 고려해 엔씨소프트-넥슨 순익 수준으로 PER을 재환산해도 공모가 기준 시총은 3조원이 나온다. 히트작이 1개 뿐이라는 비판 또한 김재영 라이온하트 대표가 그간 숱한 흥행작을 발굴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냥 비판하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단순 모바일 게임이 아닌, 초고화질 그래픽을 앞세운 멀티플랫폼 MMORPG라는 점에서 기존 데브시스터즈-선데이토즈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모바일 게임 개발사라는 점을 생각해도 3조원의 밸류에이션이 마냥 버블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미 오딘은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고, 김 대표가 다량의 흥행작을 통해 게임 PLC를 늘리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점, 수차례 게임대상을 받으며 상당한 인력풀을 모았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스타개발자 김재영, 글로벌 위해 카카오가 필요하다
이같은 상황 탓에 업계에선 김 대표가 카카오게임즈와의 동행을 위해 일보후퇴를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목표는 결국 글로벌이다. 실제 김 대표는 라이온하트 IPO에 앞서 카카오게임즈에 1조원 규모 지분 매각을 진행함과 동시에 지분 동맹을 맺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매각 주체가 카카오게임즈 국내법인이 아니라 유럽법인이라는 점이다. 결국 북미-유럽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IPO 전부터 마련돼 있던 것.
무엇보다 김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3%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개인 중에선 카카오게임즈의 창업주라 불리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3.06%)에 이어 두번째로 카카오게임즈 지분율이 높다. 이같은 지분 구조와 공동의 목표 덕에 카카오게임즈는 중복 상장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상당수 이겨냈다.
카카오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라이온하트 지분이 36%에 달하지만, 카카오 그룹사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카카오와 일치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어 그는 "김 대표가 보유한 상장 관련 옵션 또한 카카오와의 관계 등을고려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 김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모바일게임 '블레이드'를 통해 스타 개발자로 발돋움했다. 당시만해도 PC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차지했지만 모바일 게임으로도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첫 사례를 입증했다. 그가 창업한 액션스퀘어는 코스닥 상장을 이뤄냈고, 이후 시가총액 2000억원에 이르는 중견게임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말부터 준비한 후속작 블레이드2는 카카오게임즈와 넥슨, 4:33 등 당시 국내 대부분의 대형게임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유통사 선정과정에서 홍역을 치루며 '개발자' 김 대표를 흔들었다. 당시 업계에선 액션스퀘어가 4:33의 관계사인 탓에 김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블레이드2는 흥행에 참패했고 사공이 많아, 자신의 역할을 잃은 김 대표는 2018년 1월, 회사를 떠났다.
김 대표의 휴식은 길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8년 5월 새 회사 라이온하트를 띄우고 카카오게임즈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카카오게임즈가 다시 한번 김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 대신 이번에는 사공이 사라지고, 김 대표에게 전권이 부여됐다. 그리고 와신상담 끝에 등장한 게임이 바로 오딘이다. 카카오의 전폭적 지원 덕에 오딘을 일궈낸 것이다.
결국 김 대표 입장에선 라이온하트 IPO 성과와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 증대라는 두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해내야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두 회사는 오딘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번 IPO 연기로 하나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일단 시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이다. 전일 공시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이날 정오 기준 11% 오른 주당 3만8800원까지 올라섰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