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SK C&C, 전력 차단 두고 '통보' vs. '양해'…미묘한 입장차에 갈등 예고
지난 주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를 두고 카카오와 SK㈜ C&C 간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서버 전력 차단에 대해 양사가 엇갈린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SK㈜ C&C가 전력 차단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SK㈜ C&C는 카카오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8일 업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3층에 위치한 전기실에서 시작됐다. 이후 오후 3시33분경 카카오 일부 서버에 전력 공급이 멈추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포털 사이트 '다음'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SK㈜ C&C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누전 및 합선으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물 대신 소화약제(냉각용 가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불꽃이 발생한 배터리의 잔열이 남아있어 완전히 진압되지 않았다. 이에 소방당국은 완전 진압을 위해 물을 사용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 누전, 합선으로 인한 추가 피해와 소방인력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력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SK㈜ C&C 관계자는 "오후 4시 15분경 소방당국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물 사용을 결정했고, 이를 카카오, 네이버 등에 전달했다"며 "이후 같은 내용을 한번 더 카카오와 네이버 등 고객사에 전달하며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SK㈜ C&C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선 전원 차단 결정이 내려지기전 이미 카카오가 사용하는 서버는 화재 영향으로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았다"며 "소방당국이나 SK㈜ C&C 설명 전에 이미 전원이 나가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살수를 하겠다는 내용을 통보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제는 지금까지도 전원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며, 전체 서버 3만2000대 중 약 2만대에만 전력이 공급되고 있는 상황으로 복구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관계사들은 지난 17일 오전 공시를 통해 "서비스 정상화 이후 SK㈜ C&C 측과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화재 원인 및 서비스 레벨 계약(SLA)다. 현재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내부 CCTV 촬영 영상 확인 결과 전기실 내에 보관 중이던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발생하며 불길이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 소화 설비가 작동해 소화 가스가 분사되는 모습도 담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배터리를 수거한 뒤 분해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확한 분석 결과는 약 3주에서 한 달 뒤 나올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SK㈜ C&C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 중이다. 특히 화재 발생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과실 유무와 함께 관리 감독 과정상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
SK㈜ C&C와 카카오가 맺은 SLA도 변수다. 만약 카카오가 단순한 상면 임대 계약만을 체결했을 경우 SK(주) C&C가 배상해야 하는 범위는 전원 공급 중단 시간에 따른 피해에만 국한된다. 상면과 기본 인프라에 대한 의무 외에 서비스 운영 등은 계약 조항에 포함돼있지 않은 경우다.
앞서 박성하 SK㈜ C&C 대표는 "SK㈜ C&C는 상면과 기본 인프라만 제공하고 카카오 시스템은 고객사에서 운용·보완한다"며 "자사의 작업은 전력 복구를 위한 것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