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피플] 韓 경제 '구원투수' 삼성 이재용...회장 취임 행사 없었던 이유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발표가 진행된 27일, 전세계 기업인들의 눈이 한국을 향했다. 삼성전자의 실적보다 이재용 회장의 승진 인사가 공표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 안건을 빠르게 통과시켰다. 하지만 회장님은 들뜨지 않았다. 별도의 세레모니나, 대외 행사도 없었고 그는 어제와 같은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휘감고 있는 경기침체의 공포가 상당한 탓이다.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이재용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를 거쳐, 이사회 논의를 통해 빠르게 의결됐다. 덕분에 어닝쇼크급 실적 부진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빠르게 치솟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부는 오히려 차분한 모습을 띄었다. 일단 별도의 행사가 없었다. 이 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을 올려 회장 취임에 대한 소회와 각오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이는 지난 25일, 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과 같다.
그리고 이 회장은 빠르게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리더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직함이 바뀌었지만, 별도의 행사나 대외 메시지 없이 조촐하게 흘러간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이 회장이 지난 2014년 이후, 줄곧 총수 행보를 이어오며 '책임 경영' 체계를 확립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도 2018년 5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을 지정한 바 있다. 10년 가까이 이 회장 체제로 삼성그룹이 버텨온 만큼, 굳이 별도의 행사를 열고 회장 취임을 홍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면한, 삼성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긴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이 평시와 마찬가지로 경영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실제 삼성전자는 이날 어닝쇼크급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따른 IT 수요 감소 여파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실적발표 내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시설투자 12조7000억원 중 반도체 DS 부문에 1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액 약 54조원 중에서도 DS 부문이 47조7000억원을 차지한다. 이같은 투자 기조를 경기침체 국면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이 모두 반도체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로 돌아섰지만, 이 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각오로 삼성의 투자 행보를 밀어붙이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회장이 강도 높은 쇄신과 조직개편, 그룹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계열사 경영 상황을 총괄하고 핵심 사업 간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오너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생산력 증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