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사태] '유통량' 이슈가 결국 상폐까지...유통량 정의에 발목잡힌 위믹스 (상)
전력질주하던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에 제동이 걸렸다.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 결정이 나면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파죽지세로 달려오던 위믹스를 넘어뜨린 것은 결국 '유동화'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초부터 유동화 이슈로 삐걱거리더니 결국 유동화 때문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처음 '유동화' 이슈가 불거졌을때, 시장 유동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 결국 스스로를 묶어버린 것이다.
시장 유동화가 아닌 다른 우회로를 찾다보니, 담보대출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해야 했고 결국 유통량 이슈로까지 번지면서 상장폐지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것은 '유동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DAXA)'가 지난달 27일 위믹스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주요 원인이 닥사 회원사에 제출된 위믹스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차이의 원인이 유동화라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논란된 '유동화'가 결국 발목 잡았다
유동화란 가상자산을 발행한 재단이 가상자산을 유통시장에 푸는 것, 즉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을 말한다. 재단이 애초에 목표했던 사업을 위해 가상자산을 팔아 프로젝트 운영비, 투자금, 마케팅비 등으로 쓰기 위해서다. 대다수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재단들은 처음 가상자산을 발행할때부터 이런 사업 확장을 위한 용도로 재단 몫을 배정한다. 위메이드 위믹스 역시 가상자산을 유동화해 사업을 확장하는 모델을 택했고 재단 몫으로 위믹스를 배정해뒀다.
논란이 발생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위메이드는 위메이드플레이(구 선데이토즈) 인수를 위해 위믹스를 유동화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재단 몫의 위믹스를 활용한 것. 하지만 투자자들은 별다른 공시 없이 재단이 위믹스를 유동화했다며 반발했다. 위메이드는 백서에 이미 위믹스를 유동화해 생태계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혀뒀다고 항변했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었다. 특히 투자자들은 공시가 없이 유동화가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이같은 행위를 지적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위믹스 가격도 급락했다.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자 당시 위메이드는 향후 시장 유동화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공시도 고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여론은 잠잠해졌지만, 이 결정은 위메이드의 운신을 폭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됐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위믹스 시장 유동화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시장에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장 대표는 "위믹스를 사거나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제3자 배정 프라이빗 세일을 할수도 있다"며 "위믹스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글로벌 은행도 있으며 위믹스로 투자를 받겠다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방법을 찾는데 매진하고 있으며 시장 유동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담보대출은 유동화 아니라고 생각했던 위믹스
그래서 찾은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이번에 상장폐지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코코아파이낸스로부터 받은 담보 대출이다. 위믹스 재단은 스테이블코인 '위믹스달러' 발행을 위한 USDC 구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위믹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직접적인 시장 유동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택한 방식이었다. 게다가 위메이드는 담보로 잡은 위믹스는 유동화가 아니라고 판단해 별도의 공시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 역시 문제라고 봤다. 시장 유동화와 담보대출을 통한 유동화도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투명성 문제까지 거론됐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닥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의종목 지정 이후 위믹스 재단은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재단 보유물량을 커스터디 업체에 보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시장 유동화를 절대 하지 않겠다던 다짐이 위믹스 재단을 스스로 묶어버리는 꼴이 된 셈이다.
위믹스 거래지원종료에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쟁글은 리서치를 통해 "이와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통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립, 공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실시간 유통량 감시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 가상자산시장에 통용되는 유통량 기준은 없다. 이로 인해 유통량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드는 것이 가능하며, 정보 격차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