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경기침체 앞둔 판교 테크노밸리...내부서도 위기감 '고조'

재택비율 낮추고, 체질개선 '속도' 자동화 통한 인력 효율화 가시화

2022-12-14     이수호 기자
네이버 노조/사진=이수호 기자

 

글로벌 테크기업의 중심 '실리콘밸리'의 정리해고 한파가 이제 국내를 향할 조짐이다. 미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을 강조해온 국내 게임·인터넷기업들까지 구조 개혁과 인력 효율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 게임업계는 호흡이 긴 멀티플랫폼으로 게임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고 인터넷 기업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업무 자동화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고용 구조 개편까지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업계 구조 자체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게임사 A사는 최근 사내 타운홀 미팅을 통해 내년 사업 계획을 공유하고, 경영 상황을 진단했다. 이 자리에서 A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허리띠를 졸라 매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구체적인 조직 개편 및 사업안 축소 등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관계사 일부의 조직 슬림화와 체질 개선이 점쳐진다.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한 일부 법인은 해체도 거론된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기존 양산형 모바일 MMORPG의 이용자 결제 구조 등 민감한 이슈도 함께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의 반발과 경영진의 응수가 이어진 탓에 특정 임원진이 별도의 사과 공지를 냈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를 앞두고 수익성 높은 게임 개발을 독려하는 경영진과 게임 개발진간의 의견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귀뜸했다.  

A사와 더불어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B사의 경영진 역시 최근 사내 미팅을 통해 "업계 분위기가 긴축"이라며 근로 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은 재택근무 비중 축소로 귀결된다. B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재택시스템 자체를 불신하고 있고, 이같은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졌다"면서 "재택률과 급여 자체를 연동, 건드는 것에 대해 직원들 반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 B사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섞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점차 재택 비율을 줄이고 최근에는 이를 급여와도 연동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쉽게 말해 재택율이 높으면 급여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대표 IT 기업 C사 또한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혼용한 새 근로체계 발표를 앞두고 내홍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올 12월까지 재택근무제를 유지, 내년부터 새 근무제 도입을 발표하기로 한 상태다. C사 관계자는 "2+3, 또는 3+2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 직원들과 노조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에서도 고민이 크다"며 "경쟁사인 D사가 사실상 완전 재택 방식으로 근무제를 이어가고 있어, C사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중견 게임사로, 최근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게임사 A사 또한 조직재편과 인력 구조 슬림화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글로벌 게임시장이 빠른 출시와 콘텐츠 소비로 정리되는 모바일 게임 대신, 긴 호흡의 멀티플랫폼으로 전환되며 인력 재편이 더욱 절실해진 분위기다. 

사실상 판교 테크노밸리 주요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일부 특정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올스톱된 상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기업의 국내 신규고용도 멈춘 탓에 국내 IT 개발 인력의 선택지도 많지 않다. 이미 트위터는 최근 직원 대량 해고에 이어 80시간 근무 의무화, 원격 근무 지침 폐지 등을 진행했고 미국 대표 인터넷 기업 아마존 역시 최근 대규모 해고를 진행한 데 이어, 업무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판교 테크노밸리 기업 종사자들은 경기침체보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자동화 이슈에 고민이 깊다. 이미 국내 대형 게임사 대부분이 AI를 통한 게임 그래픽 기획-디자인-검수 업무를 자동화로 이뤄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자사 클라우드와 결합, 이를 상품화해 기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종사하는 한 개발자는 "이미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로 전환하고 있고, 손이 많이 가는 업무를 우선 줄여나가고 있어 인력 효율 효과는 내년 극대화될 것"이라며 "노동 시장의 양극화는 기술 중심지 판교 테크노밸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